[아론과 훌] 핵무장론 대두

등록날짜 [ 2016-01-19 22:52:57 ]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연구전략실장은 이번 4차 핵실험으로 북한 비핵화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는 것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자체 핵 보유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주장해 온 대북 전문가의 핵무장론 제기는 학계와 언론계, 정치권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정 박사는 국가안보 패러다임에 전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제 북한 핵 폐기를 위한 노력은 실패했으며 핵은 핵으로 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무장론은 2010년 이후 북핵 폐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과 함께 정치권과 전문가 그룹, 언론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013215일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우리도 비대칭무기인 핵무기에 대응체제를 갖춰 군사적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여당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핵무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핵무장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언론보도 등도 잇따랐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미국도 북핵 해결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 핵무장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 직후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의 핫라인 전화를 받지 않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북핵과 관련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략핵폭격기나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들이 한반도를 24시간 지켜 주지 않는 이상, 핵우산이 자체 보유 핵무기만 못하다는 하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더구나 과거 프랑스가 핵 개발 때 품었던 의문, “미국이 (소련의 핵미사일로부터) 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뉴욕을 희생시킬 수 있는가?”와 같은 회의가 일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L.A.를 희생시킬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하게 된다.

 

과거 우리나라도 핵무기 개발에 나섰던 때가 있었다. 닉슨 전 미 대통령이 1971년 주한미군 일부를 철수하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초 핵무기 제조를 위한 기술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은 19756<워싱턴포스트>와 나눈 대담에서 미국이 만일 핵우산을 철수한다면 핵무기를 포함해 우리 생존을 보장할 모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천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19775월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나눈 간담회에서도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 능력은 있다. (미국이) 핵을 거둬 간다면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CIA는 한국을 핵 보유 능력이 있는 나라로 분류했고 국제사회는 지금 북한 핵을 바라보듯 한국의 핵 개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당시 핵무기 개발은 상당히 진척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전두환 정권은 미국의 압력으로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고 노태우 정권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다.

 

그러면 핵무기 개발이 가능할까? 기술적으로 핵 개발에 착수해 1년이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 핵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1만 톤가량의 사용후핵연료가 원자력발전소 안에 보관돼 있으며 핵실험을 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핵무기 개발은 고도의 국제정치학적 고려를 해야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82년 연구용 원자로에서 플루토늄 6g을 추출하고 2000년에는 레이저분리장치로 저농축 우라늄 0.2g을 분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사회는 난리가 났다. 외신들은 한국이 핵 개발에 나섰다고 연일 대서특필했고 우리나라는 20049월부터 2007년까지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았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우방도 예외가 없다며 한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강력히 주장했다. 핵무기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핵무기를 보유하려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폐기해야 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 또 핵연료 농축과 재처리를 하려면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더구나 한국의 핵무기 보유는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 이른바 핵 도미노를 초래해 국제적인 비확산체제 붕괴를 가져온다. 이런 상황을 미국과 중국과 러시아 등이 용인할까?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핵무기를 보유하려 한다면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높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외교안보전문기자

교회신문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46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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