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은 왜 연방제에 매달리나

등록날짜 [ 2016-05-25 13:30:57 ]

북한이 지난 56()부터 9()까지 제7차 당대회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통일방안을 제시할지에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김정은은 사업 결산보고에서 간단하게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정은이 말한 연방제는 1980년 열린 제6차 당대회 때 김일성이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이 골격이다.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방제 통일론을 부각했다. 김일성이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시한 이래 북한은 매년 10월이면 거의 연례적으로 연방제 통일 공세를 폈다. 북한 이수용 외무상은 20149월 유엔총회에서 두 제도가 한 나라 안에 연방제로 공존하는 방식으로 실현할 것을 주장하며 이것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수호할 유일한 길이라며 국제무대에서도 연방제 통일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북한은 왜 연방제를 끊임없이 주장하는가? 이를 들여다보려면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아야 한다. 김일성은 19608.15 해방 15주년 경축대회에서 처음으로 연방제를 제안했다. 이때는 공식 명칭이 남북연방제였다. 당시에는 북한의 경제력이 남한보다 우월했고, 남한 사회에서는 통일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던 시점이었다.

 

김일성은 적화통일을 두려워하는 남한의 의구심을 씻어 내고 남한의 통일논의 세력과 연계하고자 과도기적 대책으로 연방제를 제기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 잠잠하던 연방제 공세는 미.중 간 데탕트가 이뤄지고 남북관계에 개선 조짐이 보이자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김일성은 기존의 남북연방제를 수정.보완해 19736고려연방공화국 통일방안을 제안했다.

 

이후 기존의 통일방안을 종합 정리해 19806차 당대회 때 발표한 것이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이다. 이후 김일성은 사회주의권 붕괴로 대내외 환경이 불리해지자 다시 느슨한 연방제를 제시했다. ‘느슨한 연방제는 지역 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주었다가 점차 중앙정부의 기능을 강화해 최종적으로 연방제 통일을 이룬다는 것이 골자다. ‘느슨한 연방제개념은 20006.15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6.15 공동선언 제2항의 낮은 단계 연방제로 개념화됐다. 여기서 낮은 단계 연방제라고 했으니 1990년대 이전까지 북한의 통일방안을 높은 단계 연방제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북한의 연방제 제안을 이해하려면 남한이 제시한 연합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복잡한 법적 개념이 있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연방제는 중앙정부인 연방정부가 있고, 연합제는 중앙정부가 없다는 점이다. 연합제 아래서는 중앙정부가 아닌 사무국 같은 국가 간 협의체가 존재할 뿐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연방제는 처음부터 단일 중앙정부를 만들고 외교권과 군사권을 단일정부가 갖게 해 통치하는 것이고, ‘낮은 단계 연방제는 외교권과 군사권을 지방정부에 더 이양하자는 것이다.

 

남한의 연합제는 각각 독립적으로 외교권과 군사권을 보유한 채 국가 간 협의체를 통해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며 최종적으로는 1민족 1국가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남한의 연합제 1단계에서 남북한이 별개의 국가로 주권을 보유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지방정부에 권한을 많이 주는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와 일견 유사해 보인다.

 

이 때문에 전문가 그룹에서조차 연합제낮은 단계 연방제를 혼동했고 통일방안을 두고 지금도 남남갈등이 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단계가 낮은 연방제라 하더라도 연방정부의 권위를 초월하기는 어렵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과 소련 해체 후 독립국가연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소비에트 연방은 개별 지방정부들을 완벽하게 통치했지만 독립국가연합이 된 후에는 지방정부가 아닌 개별 국가로서 외교나 국방 같은 주요 문제에서 협의만 거쳤을 뿐 독립적으로 주권을 보유했다.

 

이 같은 연방제가 지금 남북한에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는 명약관화하다.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생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 휴전선 목함지뢰 도발로 끊임없이 무력 도발하는 북한과 단일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까? 또 북한의 의도대로 남한과 단일정부를 만든다면 북한은 대남적화통일을 포기하고 공존공생의 길로 나갈까? 아니면 적화통일을 목표로 제한 없이 도발을 감행할까? 답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481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