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도를 넘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민국 몸살

등록날짜 [ 2017-04-03 21:18:25 ]

‘스마트폰’과 ‘좀비’ 합친 신조어 ‘스몸비’ 유행할 정도로
한국 사회 스마트폰 중독 심각해
교통사고 확률 대폭 증가
사생활 침해, 안구건조증과 거북목증후군, 정신 장애까지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우리 몸과 영혼을 병들게 해


최근 ‘스몸비’라는 신조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스몸비(smombie)는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이며, 스마트폰에 정신을 빼앗긴 채 좀비처럼 걷는 사람을 뜻한다.

좀비는 원래 부두교에서 마술의 힘으로 살려낸 시체를 말한다. 의식 없이 비척비척 걸어 다니면서 사람을 무는 괴물인데, 재난 SF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캐릭터다.

스몸비 현상은 디지털 시대에 새로 나타난 풍속도인데, 스마트폰 사용자의 25%가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들은 길을 걷는 중에 문자를 주고받거나 동영상을 시청하고 스마트폰을 검색하면서 주위를 살피지 못해 일반 보행자보다 사고를 당할 확률이 70% 이상 높다.

길거리에서 보행자끼리 부딪치기도 하지만 차에 치이거나 추락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또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교통사고를 내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에 스마트폰 때문에 생긴 보행자 사고는 142명, 자동차 사고는 1360건이었다고 한다. 스몸비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골칫거리로, 각국이 사고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길을 걸을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시야가 10분의 1로 줄어들면서 장애물을 보지 못하거나 위험을 인지하기 힘들어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요즘은 등산하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도 많아져 앞사람과 충돌하거나 다른 사람의 진로를 방해하기도 하고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고정된 장소에서도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스몸비가 많다. 극장 같은 어두운 장소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셀카를 찍어 대는 사람들 때문에 사생활 침해 시비가 증가한다.

교회에서도 예배 시간에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만지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이처럼 사람들이 디지털 기계에 중독되면서 안구 건조증이나 거북목증후군(목 디스크의 일종), 생식 기능 저하 등 신체 문제뿐 아니라 우울, 불안, 주의력 결핍 같은 정신 장애도 증가한다. 디지털 기계에 몰입하면서 사람과 대면하는 만남이 줄어들고, 사이버 공간에서 혼자 떠돌면서 자폐적이 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이 편리함을 가져다준 것이 아니라 인간을 노예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아니 기계가 내 영혼을 빼앗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고대 중국의 이야기 중에 이와 관련해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 있다.

한 선비가 길을 가는데 어떤 노인이 힘들게 물을 길어 농사를 짓는 것을 보았다. 노인을 불쌍히 여긴 선비가 “물을 먼 곳에서 쉽게 끌어올 수 있는 양수기를 만들어 주겠으니 사용해 보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노인은 기계를 가지면 그것을 사용하게 되고, 기계를 사용하다 보면 기계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그러면 나중에는 순박함이 사라지면서 인간 본성조차 잃어버리게 된다며 기계를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인은 몸이 편한 대신 마음을 빼앗기는 것보다 몸이 힘들더라도 건강하게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을 선택하는 현명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성경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고 경고하는 구절이 많이 나온다(잠3:5~8).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마22:37~38).

빼앗는 주체는 늘 사탄이고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 혼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있을 수 있는 습관이 아니라 건강한 삶과 영혼 관리를 위해 경계하고 고쳐야 할 질병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문명의 이기(利器)는 그것에 몰두할수록 점점 더 빠져들고 의존이 심해지면서 인간성을 잃게 하는 속성이 있다. 기계의 노예가 되지 말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지혜로움과 품성을 갖추어야 한다.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2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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