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온 국민 마음 훔친 평창 롱패딩

등록날짜 [ 2017-12-04 15:18:52 ]

현대사회는 ‘소비사회’
상품의 사용가치와 무관하게
미디어가 만들어낸 ‘기호’에 따라 소비자가 이리저리 끌려다녀
평창 롱패딩 열기도 식을 것
변하지 않는 신령하고 영원한 가치에 줄 서는 삶 살아야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한 중소업체가 제작해 공급한 일명 ‘평창 롱패딩(거위 털로 제작한 구스다운 패딩점퍼)’ 구매 열기가 뜨겁다 못해 난리다. 11월 30일 마지막 물량을 푼 백화점에는 며칠 전부터 이를 구입하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뤘고 경찰까지 출동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아주 뛰어나고 올림픽 기념품으로 한정 제작되었다는 희소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품이 출시 초기에 전혀 인기를 끌지 못한 상황이나 비슷한 가성비의 옷이 많음을 고려할 때, 평창 롱패딩이 갑자기 최고 인기품이 된 것은 다른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라고 규정했다. 소비사회는 단순히 소비를 많이 하는 사회가 아니라 상품이 특정 의미를 담은 ‘기호’가 되고, 그 기호가 구매욕을 자극하면서 소비가 주된 삶의 양상이 되는 사회다. 예를 들어 소비사회에서 자동차는 유용한 교통수단의 의미보다는 차주(車主)의 신분과 취향을 보여 주는 ‘기호’로 인식되기에 특정 모델이나 마크가 자동차 성능보다 더 중요성을 띤다. 벤츠가 성공한 사업가의 상징이 되고, 페라리가 젊고 세련된 부자들의 선호 모델이 된 것이 전형적인 예다.

상품이 기호로 변질되면 필요에 상관없이 단지 기호를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려고 한다. 기호화가 심해질수록 그 상품의 사용가치나 애초 용도는 사라지고 해당 상품의 가치만 비정상적으로 커진다. 평창 롱패딩도 특별한 사람들만 소장하는 물건처럼 회자되면서 갑작스럽게 젊은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킨 특권기호가 되었다. 만약 진짜 실속을 찾는 영리한 소비자라면 요즘 같은 정보시대에 비슷한 가격과 성능을 가진 유사품을 찾아 구매하는 것이 현명할 텐데 ‘평창 롱패딩’이 아니면 도통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이것은 상품의 사용가치보다 기호에 더 끌리는 소비사회의 심리가 아니면 설명이 어렵다.

해마다 유행하는 상품이 바뀌고, 특정 연예인이 사용한 상품이 느닷없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도 ‘기호의 소비’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모방적 욕망 때문이다. 내게 필요 없어도 주변에서 뭔가에 사활을 걸면 그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모방적 욕망이 커진다. 기업들은 이런 대중의 심리를 이용해 더 많은 물건을 더 비싸게 팔고 유행을 조장하는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쉽게 배를 불린다. 그런데 모방적 욕망이나 기호의 소비는 그 유효기간이 길지 않고 금방 싫증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 등골 브레이커라고 부른 특정 상품이 청소년들에게 엄청나게 유행하다가 시들해지면서 부모들이 아이들이 팽개친 그 옷을 입고 다닌다는 웃픈(웃기고 슬픈)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지금 유행하는 평창 롱패딩도 올림픽이 끝나면 지금처럼 인기를 끌지 장담할 수 없다. 기호의 가치는 내가 아니라 사회와 미디어(광고)가 창조하기 때문에 우리를 소외시키고, 소비자의 판단을 교묘하게 미혹하면서 소비가 더 큰 소비를 부르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이나 사회가 집착하는 그런 기호를 좇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진정 무엇이 필요한지 분별하는 지혜를 갖는 것이다. 소비를 하더라도 맹목적으로 유행을 따르지 말고 내게 꼭 필요한 것을 제한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육체가 아니라 내 영혼의 때를 위해 투자하면서 삶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 믿는 자들은 평창 롱패딩 같은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을 위해 줄을 서야 한다.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진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갈6:8).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5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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