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결과보다 원칙이 바로 서는 사회

등록날짜 [ 2018-02-06 14:50:13 ]

검찰 간부 검찰 내 성추행 의혹
그릇된 조직문화에 경종
‘진실공방’우리 사회 부끄러운 민낯

건전한 윤리 회복하려면
결과보다 원칙과 과정 중시하는 의무론적 태도 절실

우리 신앙생활도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태도 버리고
하나님 말씀의 원칙에 입각해 주님이 인정하시는 믿음 가져야


최근 한 여성 검사가 상사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언론에 폭로하면서 온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듯 난리가 났다. 최고 권력 기관이자 엘리트 집단인 검찰에서 동료 여검사를 성추행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합당한 조치를 여러 경로로 요청했으나 유야무야 되었고 오히려 좌천 인사를 당했다고 한다. 현직 검사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을 8시 뉴스에 나와 폭로해서 파장이 커진 것이지 이런 사태가 낯설지는 않다. 피해자에 따르면 심지어 더 심한 성폭력도 많았지만 권위적인 검찰 조직 내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번 폭로를 계기로 미국에서 번지고 있는 미투(me-too 캠페인,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성폭력 근절 운동) 운동이 한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최근 성교육도 강화하고, 성 문제에 대해 엄격히 대응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성 윤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성 문제를 바라보는 비뚤어진 관점과 우리 사회 특유의 온정주의 문화가 이런 사단을 조장한다. 아이 엄마이고, 현직 검사인 여성이 수치심과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불이익을 무릅쓰고, 자신이 당한 일을 내부에서 제기했지만 언론이 주목하기 전까지 쉬쉬했다고 한다. 성 문제를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일탈이나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치부하거나 문제가 생겨도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할 수 있다는 그릇된 조직 문화도 자주 거론된다. 성에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조직을 보호한답시고 범죄를 은폐하고 피해자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리거나 내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본인이 참거나 아니면 조직을 떠나 평생 상처를 혼자 감당하는 일이 많은 것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 봤을 때 성 문제가 터지는 것은 우리 가치관을 암암리에 지배하는 변질된 공리주의적 사고의 폐해에서 비롯된다. 공리주의(公理主義)는 어떤 행동의 결과가 얼마나 유용하며, 쾌락과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를 윤리적 판단과 사고의 기준으로 삼는 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어떤 행동을 할 때 원칙이나 의무보다는 그것이 가져올 결과를 중심으로 윤리적 가치를 따지는 입장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물질주의와 결합하면서 여러 형태로 잘못 변질된 것이 작금의 문제다. 성 문제뿐 아니라 잊을만하면 터지는 여러 사건과 사고, 온갖 비리와 범죄는 결국 결과와 이익만 중시하는 목적론적 태도 때문이다.

성 문제를 비롯해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건전한 윤리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도덕적 방향은 원칙과 과정에 보다 철저해지려는 의무론적 태도다. 공리주의 관점에서 결과나 어떤 행동이 가져올 유용성을 따지지 말고 의무와 원칙 자체에 충실하려는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예컨대 어떤 조직에서 성폭행처럼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하면 엄청난 파장이나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원칙대로 처리하고 단죄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하다가도 무슨 일이 생기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절충적 태도를 취하면서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해방 이후 친일파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것이나 성범죄나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국회의원 등에 당선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런 결과중심주의는 사회의 도덕성을 무디게 하면서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하나님께 제사를 지낸다는 명목으로 명령을 어기고 노획한 짐승을 보존한 사울에게 하나님은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삼상15:22)”라고 질타하셨다. 결과보다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63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