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평창 이후… 다른 곳 쳐다보는 韓·美·北

등록날짜 [ 2018-02-12 14:13:03 ]

한국정부, 물꼬 튼 남북 대화 분위기 
정상회담으로 이어가려 하겠지만
핵무기 포기하지 않은 채
국제사회 제재 돌파하려는 북한과
더 강한 제재 원하는 미국 사이에서
접점 찾을 수 있을지 걱정
 
김정은 동생 김여정이 왔다. 김정은이 전용기를 내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김여정이 포함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접견한다. 김여정은 김정은에게 직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10일 접견은 간접 정상회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여정이 김정은 친서를 전달할지가 관심사다. 문서로 된 친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구두 친서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 얘기가 오갈 수 있다. 벌써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대북 특사가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 CNN은 김여정이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 글을 독자들이 읽을 때쯤 김여정과 북한 대표단은 돌아가기 직전이거나 돌아간 후가 될 것이고 이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목표는 남북대화 이후 북미대화다. 그러려면 비핵화 문제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대화할 접점을 찾아야 한다. 북한과 미국 모두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접점이 찾아질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예전처럼 단순히 만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만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만나서 어떤 대화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국민도 잘 안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접견하고 만찬까지 했지만 북미 대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가 상당히 진지하다고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미 부통령은 미국은 한국과 함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박을 계속할 것이며 미국의 결의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해 견해차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과 펜스 미 부통령이 만난 날(8일), 북한은 북한군 창설 70주년 열병식을 강행했다. 열병식 규모나 시간이 줄었다고 군 당국이 발표했지만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의지가 약화한 것은 아니다. 강력한 대북 제재에,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최강 한파가 열병식 규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가 보여준 영상에는 북한 군인들 입에서 입김이 뿜어져 나왔고 김일성 광장 뒤로 보이는 대동강은 꽁꽁 얼어붙었다. 더구나 북한은 관례를 깨고 생중계 대신 녹화중계를 하고 외신기자들의 취재를 불허했다. 남한에 북한 선수단, 예술단, 응원단 등 수백 명이 내려가 있고 다음 날 김여정과 김영남이 남한에 가게 돼 있어 남한과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얼핏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위해 자중하는 모습 같아 보였지만 보여줄 건 다 보여주었다. 괌, 하와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2형, 화성-14형, 화성-15형을 다 보여주었다. 또 우리의 현무-2와 유사한, 러시아제 이스칸다르 미사일을 빼다 박은 듯한 신형 지대지 미사일을 선보였는데 이는 우리에 대한 협박이다. 김정은은 열병식 연설에서 북한군에게 싸움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며 존엄 0.001mm도 침해 못 한다고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정부는 평창 올림픽으로 물꼬를 튼 남북 간 대화 분위기를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가려 할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협조한 대가로 비싼 청구서를 내밀면 정상회담 추진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 역시 평창 올림픽 이후 비싼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있다. 평창 올림픽 성공을 위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했고 대북 제재의 예외를 인정해 주었다. 우리 아시아나 전세기가 북한 원산의 갈마비행장에 이착륙하도록 해주었고 제재 대상인 김여정과 최휘의 방한도 허용해주었다. 북한과 미국이 내밀 청구서는 양립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북한이 내세울 수 있는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나 미군 전략 자산의 철수와 한반도 전개 중지, 개성공단 재가동 등은 우리측으로서는 들어줄 수 없는 요구다.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대가로 이 가운데 하나라도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할지도 고민거리다.

더구나 다음 달 18일 평창 패럴림픽까지 끝나면 4월 중순 이후 한미합동훈련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 위협도, 도발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대화가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핵을 보유한 강성대국을 건설하라는 김정일의 유훈을 떠받들어야 하는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라는 미국과 대화에 나설까? 김정은과 회담하고 북한과 미국이 만나 대화하면 북한이 비핵화되는 걸까? 냉정한 판단과 전략이 절실하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6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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