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

등록날짜 [ 2018-05-14 07:50:27 ]

역사는 하나님의 섭리에 달려있기에
인간이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해도 의도한대로 흘러가지 않아

급변하는 남북관계 바라보며 하나님 섭리 깨닫기를 겸손하게 기도


독일 철학자 헤겔은 인간이 역사의 주인공 같지만 실은 ‘절대 이성(理性)’이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인간을 동원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이성의 간지(奸智, List der Vernunft)’라 불렀다. 간지는 ‘교활한 이성’이란 뜻이지만,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인간의 정열과 활동을 수단으로 동원해 종국에는 자유를 실현하는 이성의 오묘한 작용을 지칭 한다. 헤겔에 따르면 세계사는 마치 이성이 교묘하게 인간의 행위를 동원하고, 다양한 관심과 정열을 불러일으키고 충돌하게 하면서 그것을 수단 삼아 자기를 실현해 가는 과정이기에 이를 ‘이성의 간지’라 불렀다. 실제 세계사에 숱한 영웅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역사는 인간의 의지보다 엉뚱한 사건이나 예기치 못한 인물들에 따라 진행되기도 한다. 제1차 세계대전도 오스트리아 황태자 페르디난트 대공(大公)이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의 한 청년에게 암살당한 일을 계기로 발생했다.

철학자가 말하는 이성의 간지를 영의 눈으로 보면 하나님의 섭리이자 개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남북 대화와 북·미 접촉도 마찬가지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전 세계 사람들이 전쟁이 터질까 불안하게 주시하던 곳이 한반도였다. 자고 일어나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이 들리고, 정부는 대책 회의로 부산하고, 미국이 강경한 목소리로 경고하는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끝나지 않은 전쟁 상태에 살고 있구나’라고 불안감을 느꼈다. 마트에서는 비상용품과 야전 식량이 구비된 ‘생존배낭’을 팔고, 핵전쟁을 대비한 대피 훈련까지 했다. 전쟁이 갑자기 터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서서히 고조되며 지구촌에서 가장 위태롭게 보인 곳이 한반도였다.

그러다 갑자기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영화처럼 만나고, 북한을 비난하고 한바탕 폭격이라도 퍼부을 듯 으르렁대던 미국까지 호응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물론 아직은 앞으로 진행될 북·미 회담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지만 적어도 화해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비핵화를 골자로 한 판문점선언을 국민 다수가 환영하고 있다. 이렇게 사태가 180도 급변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역사는 정말 예측 불가능하고, 때로 우연한 사건에 따라 진행되기도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 적지 않은 세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앞으로 세계 질서가 엉뚱하게 재편되거나 무력충돌이 곳곳에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 자신이 ‘미국 제일’을 외치면서 기존 정치권과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냈고, 독불장군처럼 톡톡 튀는 성격이나 언행이 역대 미국 대통령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예견 불가능한 강성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었기에 지금처럼 화해 무드가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역사는 인간이 치밀하게 계획하고 설계한 목적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진행된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부정적이고 안 좋은 일들이 지나 보면 더 좋은 포석처럼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역사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겸손함이고, 하나님의 선한 의지가 실현되는 데 우리가 제대로 쓰임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따르는 것이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고, 핵이 완전히 폐기되며, 남한 주도로 통일을 향한 과정이 진행될 수 있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도와 섭리를 이해하는 현명함이다. 미래에 대해 내 생각만 옳다고 큰 목소리를 내면서 논쟁할 필요는 없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잠16:9).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7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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