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할 수 없는 ‘진짜 이유’

등록날짜 [ 2019-02-21 16:39:42 ]

반미는 북한 3대 세습정권의 존재 근거
살기 위해 미국과 관계 개선 필요하지만
진정한 관계개선과 경제발전 이뤄질 경우
정권 유지할 수 있을지 김정은 ‘딜레마’
27~28일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 향배 주목


2차 미·북 정상회담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때와 비교해 관심도도 기대감도 떨어진다. 미국은 비핵화 전에는 제재를 풀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고 김정은 역시 비핵화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 줄 것이 마땅치 않다. 북한은 여전히 자신들이 비핵화 조치를 취했다고 우기며 대북경제제재 완화, 금강산 관광재개,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등을 상응조치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협박했다. 상당히 호기롭게 들리지만 그만큼 제재의 고통스러움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을 선택함으로써 싱가포르에 이어 다시 한 번 김정은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정도로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발전의 비전을 던진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베트남과 북한은 미국과 전쟁을 치른 나라다. 하지만 베트남은 1986년 12월 6차 당대회에서 경제 개방과 자유화를 표방한 ‘도이머이’ 노선을 채택하고 전면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했다. 이후 베트남은 1995년 미국과 수교한 뒤 2001년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2007년 WTO에 가입하면서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북한도 지난해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병진노선을 경제발전 총력 노선으로 전환하고 김정은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베트남식 모델은 김정은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금은 비핵화가 워낙 첨예한 의제여서 북한이 핵만 포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 보이지만 북한은 핵이 없어도 미국과 관계개선을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도 마음만 달리 먹었으면 베트남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수교할 수 있었다. 북한은 이미 20여 년 전인 1995년 제네바 합의에서 미국과 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김정일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했으면 미국과 대사급 외교관계, 나아가 수교로까지 나아갈 수 있었지만 흐지부지했다. 김정일은 미국의 연락사무소가 평양에 설치되고 미국과 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압살정책 포기와 불가침 조약을 요구하다가 미국이 손을 내밀면 뿌리치고 다시 도발하며 대미관계를 악화시키는 이중적 행태를 지속했다. 김정일은 미국과 끊임없는 긴장을 유발하면서도 군사적 충돌직전에는 멈추는 벼랑끝 전술과 줄타기를 하며 주민들 속에 강렬한 대미 적개심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냈다. 이렇게 만들어낸 반미감정을 김정일은 자신에 대한 충성심으로 전환시켰고 자신의 실정(失政)도 모두 미국 탓으로 돌렸다.


대표적인 예가 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발생한 대량의 아사사태다. 이는 북한 정권 최대의 위기였다. 200만~300만 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정권 최대의 위기에서 김정일은 아사 원인을 미국의 압박과 봉쇄정책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북한의 낙후된 농업과 국방력 강화를 위한 중공업 중심 경제, 북한의 가장 큰 배후세력이었던 소련과 동구 공산권의 붕괴로 말미암은 국제적 교류협력의 중단이 치명타였다. 하지만 모두 미국 때문이라고 정보를 왜곡하며 주민들을 세뇌시켰고 독재정권은 유지됐다. 세습 독재정권의 존재 근거가 바로 반미인 것이다. 이 때문에 김정일에게 핵보다 더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반미(反美)’였다. 이는 김일성도 그랬고 지금 김정은도 그렇다. 미국을 미워하지만 동시에 미국 없이는 살 수 없는 북한의 두 얼굴이다.


미국과 진정한 관계개선이나 북한의 경제발전은 세습독재정권에 독(毒)이다. 북한이 베트남처럼 미국과 수교한 뒤 개혁개방하고 경제가 발전하면 김정은은 그 때도 지금처럼 수령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반미가 빠진 북한은 독침 없는 전갈이나 마찬가지다. 살기 위해서는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하지만 미국과 관계개선은 반미의 포기를 의미하고 반미의 포기는 독재정권을 위태롭게 한다. 김정은이 처한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와 경제재재, 군사적 압박으로 김정은을 흔들고 있다. 이번 베트남 2차 정상회담에서 건강까지 나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위태로운 줄타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612호> 기사입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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