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의 지하교회(2)

등록날짜 [ 2022-01-18 11:27:08 ]

모퉁이돌선교회는 2020년 북한 지하교인의 숫자가 3만7000명이며, 구금시설에 수감된 인원의 약 11~45%가 기독교인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르면 북한에는 기독교인 약 40만 명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미 국무부의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북한의 전체 인구를 256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유엔은 북한의 기독교인을 20만~4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북한에 존재하는 기독교인 최대 40만 명 가운데 정치범 수용소나 노동 단련대 등에 수용되지 않은 ‘자유로운’ 기독교인은 2만~5만 명 정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에서 지하교회를 직접 설립했던 박민우 씨(가명, 41세)는 “지하교회 성도의 자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지하교인의 숫자는 달라질 수 있다”며 “단순히 복음을 들었느냐 안 들었느냐 차원에서 본다면 40만 명은 적은 숫자”라고 했다. 박 씨에 따르면 대북전단에 포함된 USB는 복음 전파의 주요 통로다. “군인들과 당 간부들이 대북전단 수거와 소각에 나서는데 그들이 남한의 드라마와 영화가 들어 있는 USB를 몰래 챙겨 돌려본 후 복사본을 만들어 장마당에 내다 팝니다. 돈이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끊고 광고처럼 기독교 복음을 3~5분 정도 넣거든요. 북한 주민들은 그것을 광고처럼 보지만 실제로는 복음을 접하는 거죠.”


그는 북한의 김여정이 대북전단에 대해 그토록 난리를 치는 이유가 북한 공무원들이 동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주민들은 대북전단을 접하지 못해요. 북한을 떠받치는 공무원들이 흔들리는 것을 북한 정권이 좌시할 수 없는 거죠.”


‘그루터기 기독교인’은 해방 이후 북한 당국의 기독교 탄압에도 현재까지 북한에서 개인적으로나 가족끼리 비밀리에 신앙을 이어 오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무의식 중에 발설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들이 신앙에 대해 비밀로 한다”며 “자녀들이 나이가 차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 구원, 성경에 대해 비밀리에 알려 주는 경우가 지금도 존재한다”고 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1970년대 후반 정치범 수용소인 요덕 수용소에서 기독교인 가족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1977년 아홉 살 나이로 일가족과 요덕 수용소로 끌려갔다. 그의 할아버지 강태휴는 재일교포 출신 조총련 간부였다.


이명희 씨(가명, 73세)는 어머니가 지하교인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북한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남한에 와서 어머니가 기독교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는 ‘예수님 승천가’, ‘탕자의 노래’와 같은 찬송가였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네가 남한테 대우받자면 남을 먼저 섬기라’(마7:12)고, ‘마음을 깨끗하게 먹으라’(마5:8)고 가르쳤는데, 어머니가 당부하신 말씀이 성경 말씀이라는 것을 여기 와서 알았다”고 말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 많았다. 편하게 누워서 자라고 권하면 “안 잔다. 내 생각한다. 오늘 한 일을 생각한다”고 했다. 그것이 기도하는 것이었음을 남한에 와서야 깨달았다. 이 씨는 “돌아가시기 얼마 전 어머니는 ‘아버지가 금으로 내 집을 지어 놨다’며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며 “해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너무나 예쁜 얼굴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남한 와서 성경 말씀을 듣고 엄마가 천국 갔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1990년대 말 북한은 약 300만 명이 아사하는 최악의 식량난과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이다. 이 기간에 북한 주민 수십만 명이 중국으로 탈출했다고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 내 조선족 교회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 신앙을 갖게 되고 성경도 처음 접하게 됐다. 이후 강제북송이나 자발적 재입국으로 북한에 돌아가 신앙생활을 비밀리에 계속하거나 타인을 전도했다.


탈북민 지현아 작가는 중국에서 만난 조선족 교회들이 피난처가 되어 주었다고 말했다. 지 작가는 “탈북민들이 강을 건너오면 교회에서 하룻밤 동안 성경 공부를 시키고, 배낭 맨 밑바닥에 성경책을 놓고 그 위에 과자, 담배, 술을 넣어 주었다”라며 “국경 군인들이 짐을 조사할 때 뇌물로 고이기(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33호> 기사입니다.


양연희 기자
펜앤드마이크
충성된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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