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한여름의 단상(斷想)

등록날짜 [ 2015-07-28 18:51:56 ]

7월이 되니 사무실이든 집이든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워졌다. 냉방기기가 없던 어린 시절에는 나무그늘 아래 누워서, 혹은 시원한 냇가에서 물장구치며 더위를 넘겼다. 요즘에는 건물 안이나, 대중교통 안 어디에서나 에어컨을 켜 주니 덥다고 느낄 겨를이 별로 없을 정도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더운 날 밖에 나가 활동할 때는 정말 더위를 견디기 힘들다. 어떤 때에는 땀을 식히려고 방문지가 아닌데도 에어컨이 켜진 곳에 성큼 들어가는 때도 있다. 그만큼 에어컨은 더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발명품이다.

 

이처럼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필요에 따라 의지하는 것이 여럿 있다. 수많은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와 같은 기계들을 사용하며 살아가고, 만약 그것들을 사용할 수 없다면 무척이나 큰 불편을 겪어야 한다. 이젠 전자제품이나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이런 기기를 끊임없이 개발하여 수요를 만들어 내는 기술 발전이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고 국가경쟁력이며,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인류는 이런 기술 발전을 더욱 기대하고 그 결과물에 점점 의지하게 된다. 이쯤 되면, 과연 우리가 어디까지 현대 문명에 의지해야 하는지, 과연 그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는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성경에 보면, 사울 왕 시대에는 이스라엘에 철(鐵)을 다룰 기술자가 없어서 농기구와 같은 연장을 벼리려면 블레셋 사람에게 가야 했다. 또 블레셋과 전쟁할 때 일반 백성에게는 칼과 창 같은 제대로 된 무기조차 없고, 지도자였던 사울과 요나단에게만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기만으로는 도저히 블레셋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국력은 미약했다. 히스기야 왕 때 이스라엘을 침공한 앗수르는 당시 주변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철제 무기와 도구로 무장해 주변국 정벌에 나섰다. 이러한 주변 강국들의 끊임없는 침략에서 이스라엘이 나라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의 도우심 때문이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은 수작업에 의존하던 생산방식을 거대한 기계를 통한 대량생산, 정교한 도구를 생산할 수 있게 했다. 그와 함께 치명적이고 위험한 전쟁무기도 개발됐다. 산업혁명에 이어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번영을 누리던 선진국들은 진화론이 인류에게도 적용된다고 보는 사회진화론을 받아들여 고대 앗수르처럼 우수한 기술력과 무기를 가지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식민지 경쟁을 일삼았다. 이러한 경쟁은 결국 전 세계 인구를 전쟁의 참화에 몰아넣은 세계대전을 낳았고, 그 시대의 식민지배와 전쟁 후유증은 아직도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과 컴퓨터 발달에 따른 생활의 편리성 향상과 기업의 생산성 증대, 생명공학과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생명연장 실현이 미래의 주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그렇게 될수록 인간의 무한한 성장가능성과 능력에 대한 맹신이 확산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결국 영원한 삶을 추구하는 종교가 인류에게서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미래학자도 있다.

 

시날 평지에서 하늘까지 닿을 바벨탑을 쌓아 가던 인류가 생각난다. 부유함 속에서 타락하였다가 하나님의 진노로 홀연히 멸망한 홍수시대의 사람들과 소돔과 고모라 같은 여러 나라도 더불어 떠오른 다. 이 땅에서 누리는 행복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이룰 수 없다. 과학기술의 발전도 그것을 누리는 우리의 마음과 행동이 결국 하나님의 뜻에 합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여름에 생각해 본다.

김현민

(3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4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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