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후계 딜레마

등록날짜 [ 2008-07-29 16:42:08 ]

지금 북한과 미국은 서두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임기 내에 북핵 문제를 일정 수준으로 마무리 짓고 외교적 성과로 내세워 중동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고 싶어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북미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진전시켜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난을 극복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북핵 검증과 폐기라는 지극히 어려운 과정을 북미가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관건이다. 검증이 잘못되는 순간 지금까지의 과정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지금 분석 작업이 한창이지만 만8천여 페이지에 달하는 20년 영변 핵 가동기록을 넘겨주며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북한의 의중 한가운데는 후계체제에 대한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1942년생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올해 66세이다. 김일성 주석은 1974년 2월부터 김정일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김정일 후계체제의 정당화를 위해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과 유일적 지도를 강조했다. 김정일 나이 32세, 당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만이었다.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김정일의 자식들이 김정일이 후계자로 추대되던 때와 비슷한 연령대에 도달해 가고 있거나 넘겼기 때문이다. 장남인 김정남은 올해 37세이며 이복동생 정철은 27세, 정운은 25세이다. 모두 김정일이 당 사업을 시작한 나이인 22세를 넘겼다. 딸 설송도 35세이다. 따라서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의 후계 작업이 이미 시작되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북한의 강한 유교적 전통을 고려해 설송을 제외하면 후계자 후보는 정남과 정철, 정운이라고 볼 수 있다. 외국 유학을 한 김정남은 서방세계에 밝을 뿐 아니라 동생들이 어려 가장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로 지목받고 있다. 미국의 뉴스위크는 2001년 북한이 김정남을 97년부터 후계자로 키우고 있다는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고, 홍콩 언론들도 같은 해 김정남이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김정남은 이후 2001년 5월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강제 추방된 이후 김정일의 노여움을 사 후보에서 탈락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더구나 김정남은 어머니 성혜림이 남한 출신인데다 96년 2월 망명을 시도했다 미수에 그쳤고, 이후 2002년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사망한 뒤 모스크바에 묻혀 결격 사유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후 이복동생 김정철이 급부상했다는 보도가 늘었다. 김정철은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인 고영희의 아들로 고영희는 김정일과 정식 결혼하지 않고 81년 김정철을 낳았다. 하지만 김정철은 여성스러운 면이 있어 김정일이 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1988년부터 13년간 김정일의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이 정철보다는 3남인 정운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운은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하고 리더십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정운의 나이가 어린 점이 걸림돌이다. 현재 북한에는 이들을 중심으로 파벌이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04년 5월 세 번째 부인 고영희가 사망한 이후 네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라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후계구도를 확립하지 못할 경우 비상사태 발생 시에 권력을 둘러싸고 내전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북한 내부는 현재 ‘3대 세습’을 지지하는 군부와 집단 지도체제를 선호하는 관료그룹으로 분열되고 있다는 것이 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와 안정적인 후계구도의 확립을 통해 이러한 불확실성을 하루라도 빨리 극복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돌발변수를 제외하고 자연수명을 고려할 때 김정일 체제가 10년에서 15년 정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면 김정일 체제 이후는? 한반도 운명에 중요한 고비가 아닐 수 없다.

위 글은 교회신문 <13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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