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람들은 당신의 입이 아니라 귀를 원한다
마음을 얻는 대화법(4)

등록날짜 [ 2012-10-16 11:43:33 ]

대화의 불통은 말하기보다 듣기 능력 부재로 발생
공감.경청 능력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는 대부분 소통(Communication)을 잘하지 못해 발생한다. 말을 안 해서 탈이고, 너무 많이 해서 문제가 된다. 말뜻을 못 알아들어서 문제가 되고, 의미를 달리 해석해서 문제가 된다. 또 듣고 싶은 말을 듣지 못해서 답답해하고,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들어서 괴로워하는 것도 모두 소통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잘 듣는 것’이다. 잘 듣기는 대화의 기본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잘 듣는 태도의 요소에는 공감, 경청, 수용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려면 반드시 지녀야 하는 대화의 기본태도인 공감, 경청, 수용에 관해 하나하나 익혀보자.

공감-상대방 처지에서 이해
맞벌이하는 김 집사는 주말에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빨래와 청소하기, 일주일간 먹을 반찬 만들기, 아이들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 살펴보기 등 쉴 틈이 없다. 그런데 남편은 이런 아내를 도와주지 않고 “꼭 집안일을 주말에 몰아서 해야 하느냐?”며 핀잔만 주고는 “피곤하니까 쉬어야겠다”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런 남편에게 김 집사는 섭섭하고 화가 난다.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끼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염려할 줄 아는 능력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한다고 너무나 쉽게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기 생각이나 느낌, 가치, 도덕관이라는 틀 안에서 상대를 파악할 뿐이다. 즉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를 이해한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이해가 아니며, 공감하는 이해는 더욱 아니다.

만약 김 집사가 남편을 공감했더라면 ‘힘든 일을 혼자서 다 해야 한다’며 억울해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피곤한 남편을 쉬게 하고 자신이 조금 더 가족을 편안하게 해 주려고 희생하려는 생각으로 묵묵히 집안일을 했을 것이다. 아니면 남편이 충분히 쉬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은 일을 남편에게 부탁하고 자신이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자가 사람을 얻는다
김 집사가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을 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불쑥 찾아온 친구가 있다. 하던 일을 억지로 멈추고 친구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생각은 계속 일에 꽂혀 있어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어서 빨리 할 이야기를 끝내고 하던 일을 계속하게 해 달라는 메시지를 몸짓으로 전하고 있는 셈이다.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그 의미, 감정, 느낌 등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을 ‘경청’이라고 한다. 경청은 상대방의 동작, 표정, 눈빛 등을 주의 깊게 살피며, 감정을 잘 나타내는 목소리 억양까지도 유의하여 귀 기울여 듣는 것을 말한다.

김 집사는 비록 바쁠 때 친구가 찾아오긴 했지만, 상황을 설명하고 정중하게 대화를 거절하며 시간을 다시 잡든지, 아니면 오후 늦게까지 남은 일을 하더라도 친구 이야기에 적극 경청해야 했다.

아는 사람이 백 명이라면 그중 말을 잘 들어주는 누군가는 한두 명에 불과할 것이다. 완전히 상대에게 주의를 집중해 주는 경청은 듣는 이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최고 방법이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바쁜 일상 탓인지 대화 상대에게 완전히 주의를 집중하지 못한다. 그렇게 남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은 탓에 오해, 실수, 갈등, 상처, 불화 등이 일어난다.

아무리 잘못된 일이어도 우선 수용하라
김 집사 남편이 퇴근하여 귀가해 중.고등학생 자녀가 공부하지 않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렇게 놀기만 할 거면 학원은 왜 다녀? 빨리 들어가 공부해!”라는 아빠 말에 아이들은 “지금까지 공부하다가 잠깐 쉬고 있는데 괜히 화를 낸다”고 대꾸하며 문을 꽝 닫고 나간다. 버릇없이 구는 아이들 모습에 김 집사 남편은 더더욱 화가 난다.

‘수용’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행동, 말, 감정, 느낌 등을 배타하기에 앞서 긍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즉시 잘못을 지적하지 말고 “어~ 그래?” “응, 그렇구나!” 하며 먼저 상대의 말과 행동을 인정해 준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아니면 ‘그 사람과 친하니까 내가 이렇게 화내도 아끼고 사랑하는 내 속마음을 알겠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호에서도 말했듯이 표현하는 방법이 온전해야 진실도 잘 전달된다. 누군가 진실로 내 행동과 말, 그리고 감정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준다면 그 사람에게 마음 문을 열고 자신의 모든 사정을 쏟아 놓을 수 있게 된다.

대화할 때 입보다 귀를 더 사용하라
사람들은 우리의 귀를 원한다. 사실 잘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인격적으로 존중한다는 뜻이다. 인격적으로 존중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가치 있는 일을 하거나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가 아니라, 어떠한 사람이든지 있는 그대로 모습을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내 말에 귀 기울여 주고, 내 마음을 이해하며, 내가 틀린 말을 할지라도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는 사람은 그 사람의 영혼을 깊이 사랑하는 것이고 이것은 영혼 살리는 전도에 초석이 된다.

잘 듣기를 힘써라. 그러면 거의 모든 인간관계가 개선된다. 더 좋은 상사, 더 좋은 부모, 더 좋은 배우자 그리고 진정한 친구가 된다. 정말 인격적으로 나를 존중해 주는 누군가가 주변에 있는가? 또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있는가?

나와 떨어져 있는 이웃 영혼을 살리려고 애를 많이 쓰면서도 정작 나와 가까이 있는 지인들은 소홀하게 대하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번 주위를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위 글은 교회신문 <30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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