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 창 열고 까마귀 내보냈지만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안 돌아와
비둘기는 감람나무 잎사귀 물고
방주로 돌아와 자신의 사명 감당
현명한 성도는 비둘기와 같은 사람
홍수 심판은 하나님 말씀대로 진행됐다. 지구상에 공기로 호흡하는 모든 존재는 목숨을 잃었다. 하나님의 약속대로 노아 가족과 방주에 탄 생명체들은 안전했다.
“깊음의 샘과 하늘의 창이 막히고 하늘에서 비가 그치매”(창8:2). 40일간 쉼 없이 내리던 비가 그쳤다. 세차던 물의 흐름이 느려져 방주 안에 감돌던 긴장감도 풀리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고 110일이 지난 후, 물 위를 떠다니던 방주가 아라랏산에 멈췄다(창8:4). 현재 아라랏산은 해발 5160m 높이이며, 위치는 터키, 러시아, 이란의 국경이 만나는 지점 근처다.
과거 아르메니아인들은 아라랏산을 ‘후손의 땅’이라 불렀다. 페르시아 전설에서는 ‘인류의 요람’, ‘노아의 산’이라 부르며, 그 산 밑에 ‘후손의 첫 땅’이란 도시가 있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물이 점점 감하여 시월 곧 그달 일일에 산들의 봉우리가 보였더라”(창8:5). 방주가 아라랏산에 멈춘 지 73일이 지난 10월 1일에 주변 여러 산의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후 40일이 지나서 노아는 방주의 창을 열고 까마귀를 날려 보냈다.
노아는 방주 밖의 상황이 어떠한지 알고 싶어 까마귀를 내어 보냈지만, 까마귀는 방주로 돌아오지 않았다. 까마귀는 답답한 방주 안에서 생활하다가 밖으로 나가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썩은 고기를 먹으며 자기 멋대로 행동했으리라 여겨진다. 이런 까마귀의 행동은 예수 그리스도가 흘리신 보혈의 공로를 망각하고 하나님 사랑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생활하는 타락한 성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까마귀가 돌아오지 않자, 노아는 비둘기를 내어 보냈다. 비둘기는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하고 방주로 돌아왔다(창8:9). 노아는 다시 7일을 기다린 후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노아는 방주에서 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고통 가운데 7일간 기다리는 일을 반복했다. 율법에서 안식일 준수를 명시적으로 명령(출20:8~11)하기 전인데도 노아처럼 경건한 성도들은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기념하는 안식일을 성실히 준수하였으리라 추정된다.
“저녁때에 비둘기가 그에게로 돌아왔는데 그 입에 감람 새 잎사귀가 있는지라”(창 8:11). 감람(올리브)나무는 주로 저지대나 골짜기에 자라는 식물이다. 신선한 감람나무 잎을 따 왔다는 것은 저지대까지 물이 빠졌다는 의미다.
노아는 또 7일을 기다려 비둘기를 다시 날려 보냈다. 세 번째 날아간 비둘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면에 있는 물까지 말랐다는 의미다. 비둘기는 노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신의 사명을 충실히 감당했다.
까마귀는 썩은 고기를 잘 먹는 새다. 까마귀는 자기 본성에 따라 물 위에 수없이 떠다니는 사체를 먹느라 자기 사명을 잊고 말았다. 현명한 성도는 ‘썩어져가는 구습을 좇는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사명을 감당하는 비둘기와 같은 사람들이다.
/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59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