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192)] 로마로 압송되던 바울이 겨울나기를 권했던 ‘그레데’섬 ‘미항’
사도 바울의 길을 따라서 ⑼

등록날짜 [ 2020-05-16 11:21:06 ]

백부장과 선장은 바울의 말을 듣지 않고
항해 강행하다 광풍 유라굴라 만나 죽음에 직면
절망적 상황에도 바울은 오직 기도로 극복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가우다섬에 도착



그레데섬 미항. 그리스 남단에 있는 섬. 남쪽 해안에 로마로 압송되던 바울 일행이 들렀던 항구도시 미항이 있다.



그레데섬과 가우다섬 지도.  그레데섬 남쪽에 미항이 있고 북쪽에 뵈닉스 항이 있다.


가우다섬. 에게해에 있는 그리스의 많은 섬 중에 최남단에 있다. 로마로 압송되던 바울 일행이 탄 배가 광풍을 만나 도착한 곳이다.


윤석전 목사: 로마로 압송돼 가던 사도 바울은 지중해에 있는 그레데(Crete)섬의 항구 미항(Fair Havens, 美港)에서 겨울을 나고 출항하기를 원했지만, 배에 있던 사람들은 뵈닉스(Phoenix) 항으로 속히 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선장은 바울의 말을 듣지 않고 항해를 강행하다 결국 광풍을 만나 죽음에 직면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하나님의 사람 바울을 통해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경험하고 체험한 현장 미항으로 가 보겠습니다.

순례팀은 그리스 남단 그레데섬으로 향했다. 이 섬은 유럽 땅의 시작점이며 고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연결로 역할을 했다. 또 에게 문명의 중요한 보물을 풍성히 담고 있어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다. 유럽의 문명과 문예부흥의 땅인 그레데에 2000년 전 사도 바울이 도착했다. 미항으로 가는 길에 한때 그레데의 수도였던 고르티스(Gortys)가 있다. 이곳에는 바울의 제자였던 디도(Titus)의 무덤 자리에 세워진 디도기념교회(Church of Saint Titus) 유적이 남아 있다. 지금은 외형뿐이지만, 본당 터엔 디도가 설교했을 듯한 강단의 흔적이 선명하다. 유적 중앙에는 아기 예수를 안은 마리아 그림 외에도 성화 여러 점이 남아 있다. 디도는 복음을 전하러 그레데에 왔고, 장로를 세워 교회를 감독했다. 디도기념교회 유적 외부에는 로마 원형극장을 축소해 만든 소규모 야외공연장 터가 있다. 그레데인은 이곳에서 밤새 토론하며 화려한 헬라문화의 향연을 벌였다. 고르티스에서 한 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미항 입구에 1911년 세운 바울기념교회가 있는데, 정작 순례자에게 감격을 주는 곳은 교회 옆에 있는 바울의 기도동굴이다. 바울이 이 땅에 잠시 머무는 동안 기도한 장소라고 전해져 그레데는 순례자에게 거룩한 땅이 되었다.

윤석전 목사: 바울이 로마로 가는 길은 험난했을 텐데 어떤 지역을 거쳐 갔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원희 목사: 가이사랴(Caesarea)에서 2년간 구금된 바울은 아드라뭇데노라는 배를 타고 로마로 향합니다. 먼저 시돈(Sidon)에 도착했는데 가이사랴에서 로마까지 바울을 안전하게 호송할 책임을 맡은 백부장 율리오(Julius)가 죄수의 신분인 바울이 믿음의 형제들과 만날 수 있도록 허락해 줍니다(행27:3). 맞바람을 피해 구브로섬 해안을 따라 항해하던 배는 무라(Myra)에 도착했고, 바울은 이집트 지명을 딴 곡물선 알렉산드리아호로 갈아타고 압송됩니다. 니도와 살모네를 지나 그레데섬 남쪽 미항에 도착하자, 바울은 배에 탄 사람들에게 “미항에서 겨울을 보내고 로마로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바울의 말을 듣지 않고 겨울을 나기 불편하다며 뵈닉스로 향하다 풍랑을 만났고 가우다(Cauda)섬 앞에 간신히 피난합니다. 이어 14~15일간 풍랑에 시달리다가 오늘날 ‘몰타공화국(Republic of Malta)’이라 부르는 멜리데(Malta)에 도착한 바울은 뱀에 물리는 사건을 겪고, 섬 추장 보블리오를 만나게 됩니다. 3개월 후 바울은 배를 타고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수라구사, 현재 지명 시칠리아(Sicilia)에 도착해 레기온을 거쳐 보디올까지 갑니다. 아피아가도(Via Appia)부터는 육로로 호송돼 로마에 도착합니다.
윤석전 목사: 그레데의 미항은 어떤 곳인가요?

이원희 목사: 미항은 한자 뜻 그대로 ‘아름다운 항구’입니다. 오늘날은 많은 휴양객이 즐겨 찾는 해수욕장입니다. 1853년 해군 장교가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발견한 조그마한 해안 성읍 라세아(Lasea) 유적지 외에는 특별한 유적이 없고, 성경에 기록된 대로 바울이 미항에 잠시 머무를 때 기도했던 동굴이 남아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미항에서는 바울 일행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

김광수 교수: 바울의 전도 활동을 살펴보면 배를 타고 항해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현재는 웬만한 풍랑을 견디는 큰 배가 있지만, 당시의 배는 지금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약했고, 작은 풍랑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가이사랴에서 미항까지 오는 데만 해도 항해에 어려움이 컸고 시간도 지체됐습니다. 또 금식 절기가 끝나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기도의 사람인 바울은 이번 항해에 큰 어려움이 있겠다는 것을 기도 중에 예감합니다. 바울은 선장과 선주에게 미항에 머물자고 제안했지만, 그들은 이곳이 겨울을 나기가 좋지 않다며 뵈닉스로 떠나자고 합니다. 호송 책임자인 백부장은 선장과 선주의 말을 따라 항해했고, 결국 큰 풍랑을 만납니다.

윤석전 목사: 백부장이 겨울을 보내려 했던 뵈닉스와 미항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원희 목사: 미항은 그레데섬 중앙 남쪽에 있는 항구로 라세아에서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입니다. 초창기에는 미항과 뵈닉스의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그레데섬의 서쪽 끝이 뵈닉스라고 여겼지만, 유적지가 발견돼서 정확한 위치를 알게 됐습니다. 뵈닉스는 미항에서 배로 3~4시간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윤석전 목사: 미항을 떠나서 뵈닉스로 가던 바울 일행이 유라굴로(Euroclydon)라는 광풍에 밀려 다다른 가우다섬으로 가 보겠습니다.

바울을 로마로 압송하던 배는 가이사랴에서 미항을 거쳐 뵈닉스로 향했다. 그러나 미항을 떠난 지 얼마 안 돼 바울 일행은 광풍 유라굴로를 만났다. 폭풍에 밀려가던 배는 간신히 가우다섬에 도착했다. 맑은 날에는 물속이 환히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가우다 해변은 풍랑 때문에 선박사고가 잦아 위험한 곳이다. 바울을 압송하던 배가 지나간 일을 기념해 섬 입구에 세운 백색 교회를 보며 순례자는 이 땅이 바울의 역사 현장이었다는 점을 확인한다. 그리스의 작은 섬 가우다는 현재 50가구밖에 살지 않고, 1t 정도의 짐차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지만 몰려드는 순례자들 덕분에 초라한 섬의 항구는 결코 외롭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 겨우 뜨는 가우다섬 입항선을 탄 순례자들은 풍랑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0년 전 바다에서 동일한 경험을 겪었을 바울을 생각하게 되는 가우다는 거대한 믿음의 터가 되었다.

윤석전 목사: 가우다섬을 소개해 주세요.

이원희 목사: 가우다는 미항의 남쪽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그리스의 많은 섬 가운데 최남단에 있어 우리나라로 말하면 마라도 같은 곳입니다. 가우다에는 나룻배가 정박할 만한 작은 항구가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바울의 말을 듣지 않아 풍랑을 만났을 때 백부장과 선원들, 또 그들을 바라보는 바울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이원희 목사: 미항과 가우다의 거리가 가까우니 아마 한 시간도 채 못 가서 풍랑을 만났을 것입니다. 그때 백부장은 ‘바울이 죄수고 그의 말이 합리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바울의 말을 들을 걸’ 하며 바울의 목소리를 하나님의 음성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점을 뼈저리게 후회했을 것입니다. 한편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해 말해도 백부장이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바울이 볼 때, 한 영혼 한 영혼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고 멸망과 풍랑의 길로 가는 것을 바라보는 목회자의 심정과 같지 않았겠나 여겨집니다.

윤석전 목사: 바울 일행은 수많은 고통을 겪으며 겨우 멜리데(Malta)섬에 도착합니다. 바울의 모습에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광수 교수: 바울은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기도하는 사람이었고,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하고 극복해 나갑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대부분 두려워하고 불안해지고 위축하고 낙심하고 심지어 절망할 수밖에 없는데 믿음의 사람에겐 오히려 살아 계신 하나님을 깊이 체험하고 만나는 기회가 됩니다. 바울은 절망적인 상황에도 하나님을 체험하는 믿음의 사람, 기도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오늘날 기독교인이 처한 절망의 상황이 살아계신 하나님을 생생하게 경험할 기회임을 알려 주는 교훈이 됩니다.

윤석전 목사: 풍랑을 만나기 전 바울의 말을 들었더라면 배에 탄 사람들은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요. 하나님이 내게 하시는 말씀을 듣지 않다가 절망스러운 상황이 닥쳐서야 깨달으면 늦습니다. 절망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절망을 예고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미리 대처하는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사도행전 27장에 묘사된 파선 상황이 ‘세 번 태장(笞杖)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는 데 일주야를 깊음에서 지냈으며’(고후11:25)라는 말씀과 연결되나요?

김광수 교수: 사도행전 27장에 나오는 파선 사건은 고린도후서 11장에 나온 편지를 쓴 뒤의 사건입니다. 바울은 총 네 번의 파선으로 생명을 위협당한 것입니다.

윤석전 목사: 오늘날 한국 교회와 성도는 언제든지 내가 가는 곳이 영적인 항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인생에서 겪는 신앙, 사업, 직장, 가정의 항해를 누구의 음성을 듣고 출항하는지 분별해야 합니다. 인간의 합리적인 생각과 지식과 신념의 믿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신앙의 믿음을 따라간다면, 우리는 풍랑과 고통을 만나지 않고 안전하게 항해하고 편히 쉴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생각을 버리고 주님의 말씀 안에서 바울처럼 주의 뜻을 좇아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보여 주는 현장감 넘치는 이적과 축복의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7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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