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예수 믿고 천국 가셔야죠”

등록날짜 [ 2006-02-04 13:54:34 ]

예수 믿는다고 핍박하던 시아버님 위한 몸부림
임종 전, “결국 내가 네 덕분에 천국 가는구나”



시아버님께서 간암말기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해 2월이었다. 85세의 고령이심에도 시숙들이 자식 된 도리를 하느라고 수술을 받게 했는데 전이가 너무 많이 돼서 그대로 덮어야 했다. 의사는 3개월밖에 못 사실 거라고 했다. 초조했다. 그대로 돌아가시면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당할 것을 뻔히 아는 나로서는 어떻게든 복음을 전해야만 했다.

너는 조상도 없냐
아버님이 간암 진단을 받기 직전에 시부모님을 6~7개월 정도 모시면서 간간이 복음을 전했지만 그 때도 “됐다, 너나 실컷 믿어라”고 늘 꾸짖으셨다. 갓 시집 올 때만 해도 야무진 며느리 얻었다고 나를 무척 사랑해주시던 아버님이셨다. 그러나 시누이들과 남편의 전도로 예수를 믿고 성령 충만하여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다 보니 주일성수며 제사 문제로 매사에 아버님의 눈 밖에 나게 된 것이다.
시아버님은 의사의 예측보다 훨씬 건강한 모습으로 추석 직전까지 6~7개월을 잘 버티셨다. 어느 해보다 애절한 심정으로 흰돌산수양관 추석성회에 참석하여 아버님의 구원을 위해 하나님께 부르짖어 기도하고 시댁으로 향했다.
추석 차례에 매번 빠지던 터라 아버님이 노하실 줄은 예상했지만 노기가 여느 해와는 사뭇 달랐다.
“너는 조상도 없냐?”
남편에게 불호령을 치시더니, 점심상을 들고 간 내게도 “들고 나가라. 꼴도 보기 싫은 애하고는 같이 밥 안 먹는다.”고 소리를 치셨다. 하는 수 없이 밥상을 마루로 들고 나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있는데 남편이 “빨리 집에 가자”며 차 시동을 걸러 나가버렸다. 인사하러 들어가도 아버님은 돌아누워서 쳐다도 보지 않으셨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아버님이 너무 불쌍해서 차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서 있다가 무릎 꿇고 앉아 복음을 전했다.
“아버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꼭 예수 믿고 천국가셔야 해요.”
눈물이 흘러나왔다.
“시끄러워. 너는 조상도 없냐, 조상도 몰라보는 것들은 호적에서 파내야 해!”
“아버님, 정말 천국과 지옥은 있어요, 예수님이 아버님의 모든 죄를 사해주시려고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신 것을 믿어야 천국에 갈 수 있어요. 아버님을 위해 기도할게요.”
“기도 하지 마! 난 지옥 갈 테니까 당장 나가!”
다시는 아버님께 복음을 전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가며 계속 복음을 전했다. 그러자 아버님은 더 크게 소리를 지르셨다.
“너 완전히 미쳤구나. 빨리 가라!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다신 오지 마라!”
밖에서는 시어머니와 시누이도 그만하고 나오라고 야단이었다. 인사를 마치고 남편이 기다리던 차에 타서도 ‘저러다 아버님이 지옥가시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흐르는 눈물을 억제치 못하고 통곡을 하고 말았다.

중환자실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
그 후, 일주일 만에 아버님께서 입원을 하셨다. 모든 것이 나 때문인 것 같아 죄책감에 병원에 가보지도 못했다. 남편이 병원에 갈 때마다 아버님께 내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드렸지만 아버님이 여전히 내게 화를 내고 계신다고 하기에 금식하며 기도를 했다.
일주일이 지났을 때, 아버님이 갑자기 쓰러지셔서 중환자실로 옮겼다고 연락이 왔다. 담대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아갔더니 가족들이 모두 와 있었다. 면회시간이 돼 중환자실에 들어가 보니 아버님은 눈만 겨우 뜨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고 있었다. 가족들이 차례로 아버님 곁으로 다가가 이름을 대면서 인사를 드렸다. 남편의 차례가 되자 나도 아버님 곁으로 다가가서 손을 붙잡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그 순간, 내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복음을 전해야 해!’
‘아니야, 중환자실까지 와서 복음을 전하면 식구들이 다시는 나를 안 보려고 할지도 몰라.’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여전히 가슴은 성령님의 감동으로 요동치며 뛰고 있었다. 나는 나를 포기했다. 가족들의 따가운 시선과 질타를 받을 각오로 담대히 아버님께 말했다.
“아버님, 저 가영 엄마에요. 아버님, 예수 믿고 천국가셔야죠...”
중환자실의 정적을 깨고 복음을 전하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버님, 천국가시면 정말 행복하고 편안하게 영원히 사실 수 있어요. 그곳은 고통도 없어요. 예수님이 아버님 죄와 허물을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것 꼭 믿으시고 편안하게 천국가세요!"
가족들이 말을 끊을까봐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아버님, 예수 믿고 천국 가실 거죠? 아버님 제 손을 꼭 잡으시면 제가 목사님 모셔올게요.”
그랬더니 뜻밖에도 가족들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겨우 눈만 뜨고 계시던 아버님이 “응” 하시면서 내 손을 꽉 잡으셨다. 너무 놀라고 한편 고마워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때, 등 뒤에서 큰 시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하세요! 그리고, 어서 나가요!”
난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족들을 뒤로 한 채 혼자 중환자실을 나왔다. 계속 눈물이 두 뺨에 흘러내렸다.
그런데 이틀 후, 교구목사님과 중환자실을 찾았을 땐 아버님이 심한 거부반응을 보이셨다. 정말 답답한 심정뿐이었다.
그 후 아버님의 상태가 계속 악화됐다. 온 가족이 중환자실밖에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저대로 아버님 돌아가시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금식을 했다.

생명의 말씀이 영혼을 깨우고
아버님이 중환자실에 온 지 3주째로 접어들자 가족들도 다들 지친 데다 직장과 아이들 학교문제로 면회를 자주 올 수 없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아버님께 복음을 제대로 전할 기회다 싶었다. 면회가 하루에 2번이니까 나는 오전 12시, 남편은 오후 6시에 매일 면회를 가서 성경 말씀을 읽어드리고 기도도 해드렸다.
아침 면회 때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의 능력’이란 윤석전 담임목사님의 설교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으실 수 있도록 귀에 꽂아드리고, 저녁 면회 때는 다른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녹음기를 꺼드렸다. 처음 설교 테이프를 꽂아드렸을 땐 잠시 동안 아버님이 심한 경련을 일으키셨지만 다음날부터는 심장 박동이 눈에 띄게 온화해졌다.
그리고 며칠 후, 찬양 테이프를 들으시도록 귀에 어이폰을 꽂아드릴 땐, 몇 주째 한번도 뜨지 못하던 눈을 번쩍 뜨셨다. 그 후로 말씀을 읽어드릴 때 어쩌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내게 무어라 말씀을 하고 싶어 하셨는데 아무 말씀도 못 하시는 상태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시는 그 포근한 눈빛으로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아 너무너무 좋았다.
예전엔 목사님이나 교회 사람들이 집으로 심방을 오면 문도 안 열어주시던 분이 이렇게 조용히 누워서 말씀을 듣고 찬양을 듣고 나의 기도와 마음을 알아주시니 너무나 행복했다.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나자 싸늘하던 체온이 따스해지고, 뻣뻣이 굳었던 팔다리도 부드러워졌다.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곧 그 이유를 알았다. 성령충만한 목사님의 입술을 통해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을 듣고 회개했다는 것을, 예수 피 공로에 의지해서 죄사함받고 주님을 영접했다는 것을 말이다.
중환자실에 계신 지 5주째, 아버님의 임종이 머지않은 것 같아 중환자실로 목사님을 모셔왔다. 합심기도 후에 목사님께서 기도를 해주셨다.
“예수님이 부형님의 죄와 허물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모든 죄와 허물을 사해 주셨으니 그 피의 공로를 의지하여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가실 것을 믿습니다.”
목사님의 간절한 기도가 끝나자 아무 말도 못하시는 분이라 눈빛으로 화답하실 줄 알고 모두 아버님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중환자실에 들어온 후로 말씀 한마디 못하던 아버님이 “아멘!” 이라고 똑똑히 대답하시는 것이었다. 눈까지 동그랗게 뜨시고 말이다. 함께한 시어머니와 시누이, 교회분들 모두 깜짝 놀랐다. 난 아버님 귀에 대고 “감사합니다. 아버님 행복하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눈물을 흘리며 아버님의 손을 꼭 잡았다.
다음날, 금요일이라 구역 예배를 드리고 통성기도를 하던 중에 난생처음 환상을 봤다. 아버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빛난 얼굴로 “고맙다. 내가 네 덕분에 천국 가는구나.” 하셨다.
토요일날, 아버님은 산소호흡기 없이도 자유롭게 호흡을 하셨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월요일 새벽예배를 드리고 있을 때, 아버님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두 주째 직장에도 못 나가고 병원에 있던 남편에게서 문자가 왔다.
“아버님 지금 천국 가셨어. 환하게 웃으시면서...”

위 글은 교회신문 <8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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