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언니’ 같은 교사가 되기를

등록날짜 [ 2015-09-07 14:01:11 ]

연세중앙교회로 인도해 준 선배는 중등부 교사였다. 내게 중등부 사역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중학생 아이들과 지지고 볶느라 힘들긴 해도 행복에 겨워하는 선배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교사 직분을 사모하게 됐다.

처음 교사 직분을 맡았을 때는 무척 떨렸다. 교사를 한다고 해 놓고 아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담임목사님께서 피곤한 육신을 이끌고 애절하고도 깊이 있게 전해 주시는 주일 1부예배 설교 말씀을 들으며, 내가 맡은 아이들에게 예수 생명을 줘야 한다는 책임감에 불탔다. ‘나는 없고, 주만 계시게 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중등부 교사는 역시 만만찮은 사역이었다. 중학교 2학년인 지수(가명)는 초반에 나를 정말 힘들게 했다. 지수가 처음 교회에 와서 정착하기까지 한 달 정도 몸 싸움과 말씨름을 해야 했다. 지수의 입에서는 욕설이 난무했고, 내게 늘 부정적인 말을 했다. ‘말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때 알았다. 지수는 신기하게도 내가 참아 내기 힘겨운 말만 골라서 했다. ‘영적 싸움이 이런 거구나뼈저리게 느꼈다.

주일마다 지수를 만나고 섬기려면 전날 기도로 무장해야 했다. 마음이 요동하지 않게 해 달라고 주님 앞에 간절히 매달렸다. 말실수하지 않아야 했고,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했다.

어느 날 예배에 집중하게 하려고 지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지수는 자기 옆자리에 앉았다고 핸드폰으로 내 손등을 내리찍었다. 깜짝 놀랐다. 그런데 왠지 지수의 마음을 받아주어야만 할 것 같았다. 지수의 손을 꽉 잡고 버텼다.

예배 안 드린다는데 왜 이렇게까지 해? 왜 살아? , X!”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일 욕하고 때리는 지수가 조금도 밉지 않았고 도리어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님은 십자가에서 손에 못 박히실 때 이것보다 더 아프셨겠지. 그런데도 이 친구보다 더 속 썩이는 나를 살리시려고 다 참으시고 사랑하신 것이겠지.’

주님 심정이 느껴져서 지수를 위해 기도했다.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서 참고 닦아 내느라 혼이 났다. 그렇게 지수를 품었을 뿐인데, 지수는 어느덧 마음 문을 열고 스스로 교회에 정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참으로 영혼 관리는 성령께서 하시는 일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교사로 충성하는 도중 예수님께서 문제투성이인 나를 살리려고 이 땅에 오셨다는 사실이 심령 깊이 와 닿았다. 모태신앙이라 지금껏 신앙생활 잘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천방지축으로 지내는 모습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그동안 많이 잘못 생각하고 살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예수만이 내 구원자 되신다는 말씀을 더 명확히 깨닫고 주님께서 짊어지신 고통과 아픔이 현실적으로 어떠한 고난이셨는지 깊이 묵상했다.

앞으로 더 많은 영혼을 섬길 수 있도록 주님이 쓰시기에 편한 그릇이 되고 싶다. 주님 심정, 어미 심정으로 내게 맡겨 주신 영혼을 포기하지 않고, 예수께서 나를 놓치지 않으셨던 것처럼 가르쳐야 할 부분을 놓치지 않고 다 가르치고 싶다. 학생들 믿음이 10년 앞당겨지도록 그들의 마음속 깊숙이 들어가 기쁨도 아픔도 같이 나누는, 마치 언니같은 교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교사 직분을 감당케 하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 드린다. 


/김소망 교사

1중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45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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