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나를 기다려주신 하나님 사랑처럼
김진영 교사(교회복지부)

등록날짜 [ 2018-04-25 18:26:23 ]

발달장애인 섬기며 영적 성장 더딘 모습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낙심하기도

내가 돌아오길 끊임없이 기다리신
주님 마음 깨닫고 신앙 회복하게 돼

 

12년 전, 연세중앙교회에 와서 하나님 말씀을 듣고 은혜를 받았다. 주체할 수 없는 감동과 감격에 ‘죽으면 죽으리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충성하며 20대를 보냈다. 30대에 들어서자 사업을 운영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영육이 지쳐갔다. 피곤을 핑계 삼아 기도 시간을 줄이고, 충성에도 스멀스멀 빠졌다. 한때 목숨 걸다시피 절실히 드리던 예배도 어느 순간 무너졌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자 하나님과 영영 멀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고민하던 중, 지인의 권면이 떠올랐다.

“맡은 자가 구할 것은 충성이라 하셨는데 작은 충성이라도 하면서 신앙을 회복해보는 게 어때?”

그때 머릿속을 스치는 부서가 있었다. 발달장애인을 섬기는 교회복지부. 그야말로 이름 없이 빛 없이 충성하는 곳이다 싶었다. 그렇게 2년 전, 교회복지부에 교사 지원서를 냈고, 소망실(25~35세 청년 대상) 지체들을 맡았다.

첫 예배는 걱정스레 상상했던 예배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지체들의 예배 태도는 차분했고 그 나름대로 질서정연했다. 예배의 호응도 적극적이었다. “아멘” 소리가 어느 예배보다 활발했다. ‘발달지체장애인인데도 예배를 잘 드리는구나.’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수개월 흘러 담당한 지체들과 친밀해졌다고 느낄 때쯤, 그들의 실상을 알게 됐다. 이들이 보여주는 예배의 적극성은 은혜받은 자의 진실한 호응이라기보다 어쩌면 흥에 가깝다는 것을….

그들은 감정에 매우 솔직했다. 가끔은 과감한 감정 노출 탓에 당혹스럽기도 했다. 또 그들에게 어떤 의미 하나를 깨우쳐주려면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공과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번엔 뭔가 제대로 전해졌구나’ 싶으면 돌아오는 건 엉뚱한 반응이었다. 그때마다 ‘내가 그동안 뭐한 건가’싶어 무기력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체들의 성장 없는 모습에 답답함이 몰려왔고, 이런저런 연약한 모습에 실망감이 커져 갔다.

‘아, 하나님…. 어쩜 이렇게 사랑하기 어려울까요? 얼마나 더 사랑해야 할까요?’

헛헛하고 공허한 마음에 하나님께 여쭤봤다. 그때 하나님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그렇게 사랑했다. 끊임없이 기다렸고 앞으로도 끝까지 사랑할 것이니 너도 그렇게 하거라.’

그때부터 지체들의 연약함은 내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 됐다. 우리는 꼭 닮아 있었다. 귀한 보배를 담았지만 언제 깨어지고 망가질지 모를 질그릇 같은 연약한 존재! 그 일을 계기로 그동안 잊고 지냈던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절감했다. 그 후 지체들의 한 주간 삶이 새롭게 보였다. 그들은 일주일 내내 자기 방법대로 예배를 준비하면서 교회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렇게 주일에 만난 지체들은 서로 해맑은 모습으로 반겨주고 진심으로 사랑해준다. 그런 모습에서 내 신앙생활의 방향이 보였고 답을 찾았다. 낙심에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사모함만은 절대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내가 섬기고 있는 발달지체장애인 ‘상민’이와 ‘성호’는 늘 나를 기다리고 만나면 진심 다해 반겨준다. 그들 덕분에 나 역시 교회 오는 즐거움을 회복하고 있다. 그들이 내 이름을 불러줄 때 얼마나 정겹고 고마운지…. 그들에게서 훗날 만나게 될 예수님 모습을 본다. 예수님도 저렇게 나를 반겨 주시지 않을까?



 김진영 교사(교회복지부)

위 글은 교회신문 <57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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