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한·일 지소미아 종료가 몰고 올 또 다른 역풍

등록날짜 [ 2019-08-27 15:59:04 ]

대북 감시 대응 능력에 악영향 불 보듯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제 ‘흔들’
‘지소미아 종료’  가장 반길 곳은 북한
‘조국 사태 국면 돌파용’ 논란 못 피해


노무현 대통령 당시 윤광웅 국방장관 시절, 북한이 깃대령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했다. 우리 군은 미군이 알려 줄 때까지 사흘간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실전 상황이었다면 우리는 두 눈 뜬 채, 무방비 상태로 북한 미사일에 맞았을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군은 발칵 뒤집혔다. 정치권에서 질타가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 당시 미군은 북한으로 정보가 유출될까 의심해 군사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것이다. 10여 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대북정보 수집 능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미군이 정보를 주지 않으면 우리는 까막눈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가 자세한 상황을 발표하지만, 사실은 대부분 미군이 제공한 정보다.


지금도 한반도 상공에서는 수십 개에 이르는 미 정찰위성과 고고도정찰기인 U-2기, 미 공군의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 등이 떠다니며 북한을 24시간 손바닥 보듯 감시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일본의 정찰 자산과 정보수집 능력도 엄청나다. 정찰위성 5기(基)에 이지스함 6척,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110여 대 등 막강한 정찰 자산을 보유한 일본은 그동안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미사일의 비행 궤도와 고도, 탄착점 등을 우리보다 먼저, 또 정확하게 탐지해 냈다.


우리는 어떤가? 정찰위성이나 고고도정찰기 같은 고성능 정찰 자산이 없다. 군단급에서 정찰기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정보 자산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감 수준이다. 이지스함이 있지만 북한을 상시 감시하지 못하고, 이지스함의 레이더는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한다. 한마디로 우리 군은 지금 눈먼 채 링에 서 있는 격투기 선수나 마찬가지다. 상대가 보이지 않으니 아무리 덩치가 커도, 훈련을 많이 했어도 적이 때리면 일방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 내가 날리는 주먹은 허공을 칠 뿐이다. 소경이나 다름없는 우리 군에게 미군이 눈을 대신해 주고 있고, 여기에 더해 상대의 공격에 더 신속한 대응과 반격을 할 수 있도록 일본과 체결한 것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일명 지소미아다. 또 아시아에서 우리가 북한의 위협에 군사적으로 공조할 나라는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받고 있는 일본밖에 없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북 군사정보 제공을 기대하겠는가? 지소미아에 따라 한국과 일본은 지난 7월 25일 북한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정보를 공유했다. 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가장 반길 곳은 북한이다.


지소미아는 어느 한 편이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하지 않는 한 1년마다 자동 갱신되는데 연장 기한이 24일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뭐가 급했는지 연장 기한이 이틀이나 남았는데도, 미국이 강력히 만류했는데도 서둘러 지소미아 종료를 강행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일 지소미아는 우리 안보에 꼭 필요하다. 최근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 11월 일본과 지소미아를 체결한 이후 한·일 양국은 모두 정보  26건을 교류했다. 2016년 1건, 2017년 19건, 2018년 2건, 올 들어 4건이다. 2017년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극에 달했던 때다. 이는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가 주로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 즉, 한·일 지소미아를 그대로 놔두면 우리의 군사기밀이 모두 일본으로 새나간다는 선전선동도 거짓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 32개국과 지소미아를 체결하고 있고, 1995년에는 러시아와도 체결했다. 선동대로라면 우리나라 군사기밀이 러시아를 포함해 32개 나라로 줄줄 새나가고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그러면 왜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과 체결한 지소미아는 문제 삼지 않는가?


또 정부의 반일(反日) 선전선동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지소미아 유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SBS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8월 12~13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06명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보 차원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6.2%로 절반을 넘어섰다. 즉시 파기해야 한다는 응답은 36.2%였다. 뜻밖의 결과였다. 더구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조차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소미아가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금 많은 국민은 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조국(曺國) 사태를 덮기 위한 조치로 여기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로 다시 반일 광풍을 되살려 내 조국 사태를 희석하는 한편 내년 총선까지 반일 프레임을 가져가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SBS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민은 안보와 경제를 명확히 구분해 보고 있다. 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종료 조치는 우리의 대북 대응 능력을 떨어뜨리면서 미국과 일본의 거센 반발을 불러와 또 다른 복합적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수렁에서 나오겠다고 팔다리를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이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639호> 기사입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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