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칼럼] 영성에 뿌리내린 지성

등록날짜 [ 2014-03-31 11:14:56 ]

교리를 배우는 지적인 깨달음의 차원을 뛰어넘어
전(全)인격이 주님을 향해 부르짖는 체험 있어야

“태초에 하나님(God)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1:1).

성경을 펼칠 때 제일 먼저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여러 지역 신들(gods)과 더불어 살던 고대 사람들에게 이 선언은 매우 충격이었습니다. 여호와가 누구시기에 이 지구와 온 우주를 창조셨을까? 이 선언은 이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해답보다는 이 세계를 ‘누가’ 창조했는가를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구절입니다.

고대 근동 세계와 비교될 정도로 예수님 당시에도 다신교와 혼합종교가 만연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요한복음은 이러한 시대 상황을 잘 반영하여 역설적으로 ‘복음’이 지닌 위대성과 선명성을 제시합니다. 특히 요한복음 배후에 등장하는 ‘영지주의’는 복음과 충돌하면서 기독교의 진리 전파를 변질시키려 한 사상적 방해꾼이었습니다.

요한복음은 이중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예컨대 요한복음에서 말하는 ‘영광’은 동시에 ‘수난’을 의미합니다. 그 수난의 절정인 십자가에서 죽는 사건이 바로 영광입니다(요3:14, 12:23). 문자적인 ‘영광’의 비유적인 의미는 ‘수난’이며, 동시에 그 문자적인 ‘수난’의 비유적인 의미는 ‘영광’입니다. 요한복음에는 이와 같은 비유적·상징적인 표현과 문자적인 표현이 서로 결합해 심오한 진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래서 쉬우면서도 어렵고, 어려우면서도 쉬운 성경이 요한복음입니다.

일반적으로 ‘영적인 복음서’라고 일컬어지는 요한복음서는 실제로는 ‘육적인 복음서’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된’ 복음서입니다(요1:14). 요한복음은 문자적인 육신을 가지신 예수의 ‘피’를 원색적으로 보여 줍니다(요19:34).

제 신앙의 분기점이 된 구절은 요한복음 7장 38~39절입니다.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 하시니 이는 그를 믿는 자의 받을 성령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예수께서 아직 영광을 받지 못하신 고로 성령이 아직 저희에게 계시지 아니하시더라)”(요7:38~39).

저는 한때 이 구절을 단지 상징적인 비유로만, 즉 이 구절의 단편적인 의미를 마치 전부인 양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구절이 지닌 문자적인 뜻이 뇌성처럼 들려왔습니다. 특히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는 말씀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며 배에서부터 부르짖는 기도를 체험했습니다. ‘생수’와 ‘배’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서로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비교하기에도 어색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신학으로 주석하기 어색한 부분이 체험으로 해결되었습니다. 머리에서, 가슴에서 나오던 기도가 배에서부터 흘러나오자 하나님의 임재 속에 들어가는 부르짖는 기도의 비밀을 체험한 것입니다.

성령의 불이 임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며 다른 차원의 기도가 나옵니다. 성령 체험은 죽음 앞에서도 ‘서신 예수’를 볼 수 있게 합니다. 스데반은 죽음의 현장에서도 성령이 충만하여 살아 계신 예수를 보았습니다(행7:55~56). 그는 승천하여 구름 속으로 사라지신 예수, 저 멀리 계신 예수가 아니라 지금 여기 내 삶의 현장에서 나를 바라보시는 예수를 본 것입니다.

영성과 지성은 서로 본질이 다르므로 비교하거나 균형을 맞출 수 없습니다. 물론 ‘영성’이라고 하면 이 영성이 기독교적인지 아니면 다른 종교에서도 말하는 영성인지를 정밀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영성’은 모든 종교에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혼합종교의 성격을 지닌 요소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흔히 말하는 영성과 지성의 균형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는 영성에 뿌리내린 지성, 즉 신약성경의 영적생활에 기초한 지성의 표출이 필요합니다. 성숙한 신앙생활이란 영적생활과 일상생활을 분리하는 영지주의적인 성향이 아닙니다. 성경과 교리를 배우는 지적 훈련이나 깨달음의 차원을 뛰어넘어 내 전인격이 주님을 향해 부르짖는, 배에서 생수가 터져 나오는 부르짖음이 영성에 뿌리내린 지성입니다.


/김선배 교수
침례신학대학교 신약학

위 글은 교회신문 <37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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