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과학·187]‘정보’의 생성과 전달
생명체 정보는 ‘우연’ 개념 존재하지 않아

등록날짜 [ 2022-05-19 17:48:11 ]



생명 현상은 유전 정보에 따라 유지·결정

방대한 인간 정보 담긴 DNA는 신묘막측



1912년 4월 15일 0시5분. 다급하게 전송된 구조신호 “··· ――― ···(돈돈돈 쓰쓰쓰 돈돈돈)”을 수신한 카르파티아호(號)는 전속력으로 항해해 90km 떨어진 좌표 지점에 약 4시간 만인 오전 3시55분경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희생자 1500여 명이 발생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이었고, 가까스로 생존한 711명만 구조되었다.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영하 2도인 바닷물에 뛰어들었을 때 날카로운 칼 수천 개가 온몸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 최대(最大)를 자랑하던 호화여객선 타이태닉호(號)는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샘프턴을 떠나 미국 뉴욕을 향해 첫 항해를 하던 중 4월 14일 23시40분 빙산과 충돌했다. 이후 타이태닉호가 침몰할 것이라고 판단한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은 4월 15일 0시5분, SOS 신호를 뜻하는 ‘··· ――― ···’을 보냈다. 결국 타이태닉호는 충돌 후 2시간 40분 만인 4월 15일 2시20분에 완전히 침몰했다.


정보는 철저한 규칙에 따라 존재

모스 부호는 문자 정보를 ‘짧은 발신 전류(·)’와 ‘긴 발신 전류(―)’의 조합으로 전송하는 무선(無線) 통신 방법이다. 이 조합 중 가장 간단명료한 조합인 ‘···(S)’와 ‘―――(O)’를 이용해 ‘SOS’를 조난 신호로 사용하기로 1906년 결정했고, SOS는 1912년 4월 15일 타이태닉호 선장이 최초로 사용했다. 물론 SOS는 전파뿐 아니라 소리, 빛, 색깔 등 다양한 매개체를 이용해 전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철저한 규칙에 따라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 ――― ···’ 안에 정해진 규칙이 없다면, 이 신호는 무의미한 잡음이 될 뿐이고 타이태닉호의 생존자 711명도 구조되지 못했을 것이다.


교통 신호등의 빨간불은 왜 ‘정지’라는 정보가 되었는가? 이 과정에서도 정보가 규칙 혹은 약속임을 알게 된다. 즉 ‘빨간색=정지하라’는 구체적인 약속이 없었다면 그 색 자체는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약속 혹은 규칙이란 한 개인 혹은 주체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적어도 쌍방 간의 합의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의미이고, 그 규칙이 좀 더 폭넓게 사용되려면 사회 구성원 간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정보는 구성원 사이의 합의가 필수적으로 수반해야 하고, 정보 생성 과정에서 우연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여지가 없다. 비슷한 예로, 시각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점자는 문자 정보를 종이, 금속, 나무 등 다양한 물질의 요철 형태를 이용해 전하며, 이 과정에도 철저한 규칙이 있어야만 정보가 존재하게 된다. 정보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물질의 한 형태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그 사람은 전달된 물질을 보고 그 규칙에 따라 정보를 획득한다.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DNA 규칙

생명 현상이 유전 정보에 따라 유지·결정되고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생명 현상이 끊임없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려면 이 정보는 어떠한 물질에 포함되어 전달되어야만 하기에, 생명 현상의 본질을 알려면 물질의 생성뿐 아니라 정보 생성도 필히 이해해야 한다.


진화론에서 다루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어떻게 간단한 물질이 복잡한 형태의 물질로 변화되었는가?’ 또는 ‘물질의 간단한 조합이 어떻게 더 복잡한 조합으로 변화되었는가?’이다. 이런 과정을 설명하려고 자연선택이나 적자생존 같은 논리를 사용했지만, 이들은 모두 물질의 변화에 대한 설명일 뿐, 정보의 생성과 발전에 대해서는 마땅한 논리나 설명이 없는 실정이다. 왜 그럴까? 물질의 우연한 발전보다는 정보의 우연한 생성과 발전이 진화론으로 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보 생성 과정에서 우연이라는 개념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


생명체 내의 모든 ‘정보’는 DNA라는 ‘물질’에 담겨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모든 생명체는 DNA 안에 들어 있는 규칙에 따라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러한 정보가 살이 되고 피가 되고, 이러한 정보에 따라 자녀가 부모를 닮게 된다. 알파벳 26개를 모스 부호로 정보화하기 위해서는 26가지 조합이 필요하다. 과연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정보가 필요할까? 인간의 지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방대한 정보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쉽게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방대한 정보량을 담을 수 있는 물질(DNA)은 얼마나 정교하고 효율적이며 신비할지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보와 마찬가지로 이런 정교한 물질이 우연히 만들어지기는 불가능하다.


지난 50여 년간 자연과학자들은 DNA 안에 숨겨져 있는 규칙을 알고자 수많은 연구를 거듭해 오고 있지만, 연구를 하면 할수록 얻는 결론은 DNA와 그 규칙은 신묘막측(神妙莫測)하며, 인간의 능력으로 그 본질을 절대로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방대한 양의 유전 정보와 그 정보를 담고 있는 정교한 물질들이 하나님의 창조가 아니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진설명> 유전 정보를 담고 전달하는 DNA 모형도.




/하주헌 교수(경희대의대)


위 글은 교회신문 <74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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