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물 이야기 354] 여호수아가 보여 준 순종의 힘

등록날짜 [ 2025-11-19 23:11:31 ]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명령했다. “외치지 말며 너희 음성을 들레지(들리게 하지) 말라”(수6:10).


일곱 제사장이 양각 나팔을 들고 언약궤 앞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무장한 군사들이 앞서 걸었고, 후군이 언약궤 뒤를 따랐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순서로 여리고성을 한 바퀴 돌았다. 오직 제사장들의 나팔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렸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여리고 사람들에게 이 침묵의 행렬은 큰 공포였다. 언제 공격할지, 무엇을 노리는지 알 수 없는 행진이 엿새 동안 이어졌다.


제7일 새벽, 백성은 일찍 일어났다. 성을 일곱 바퀴 돌아야 했다. 마지막 바퀴를 돌 때 제사장들이 나팔을 길게 불었다. 여호수아가 외쳤다. “외치라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 성을 주셨느니라”(수6:16). “주셨느니라”는 미래가 아닌 과거형이다. 앞으로 주실 것이 아니라 이미 주셨다는 선포이다. 백성이 일제히 외쳤다. 그 순간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때의 함성은 특별한 구조로 기록되어 있다. 백성의 외침이 제사장의 나팔 소리를 감싸는 형태였다. 겉보기에는 함성이 성을 무너뜨린 듯하지만, 그 중심에는 하나님의 신호인 나팔과 이를 듣고 즉각 반응한 백성의 순종이 있었다. 수만 명이 한목소리로 외친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들 모두가 하나님의 신호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성벽을 무너뜨린 진짜 힘은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순종의 완전함이었다.


성벽이 무너지자 백성들은 자기 앞의 무너진 틈으로 돌진했다. 곧바로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안의 모든 것이 진멸되었다. 남녀노유, 우양과 나귀까지 칼날로 멸했다. 단 하나 예외가 있었다. 기생 라합과 그의 집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성 전체가 심판의 공간이었지만, 붉은 줄이 달린 라합의 집은 구원의 방주가 되었다. 출애굽의 유월절 밤에 어린양의 피를 바른 집처럼, 가장 천한 이방 여인의 믿음이 함께 있던 모든 이를 살렸다.


이는 그리스도의 구원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믿음으로 구원받는 복음의 본질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자는 누구든지 멸망에서 구원을 받는다. 라합의 붉은 줄은 그리스도의 보혈을, 그의 집은 교회를 예표한다.


이와 동시에 여호수아는 엄중히 경고했다. 여리고성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바치되, 그 바친 물건을 취하지 말라고. “바친 물건을 취하면 이스라엘 진이 화를 당할 것이다.” 금은과 동철 기구는 여호와의 곳간에 들이고, 나머지는 모두 불태웠다.


여리고 성벽은 백성의 완전한 순종과 하나 된 믿음으로 무너뜨렸다. 침묵에서 함성으로, 기다림에서 행동으로 나아간 그들의 여정은 믿음이 어떻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지 보여 준다.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92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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