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순교자 주기철 목사’를 보고 ① 유인경/고려대 강사 고려대학교 박사과정 수료(현대희곡 전공)

등록날짜 [ 2004-08-26 17:04:31 ]


뮤지컬 ‘순교자 주기철 목사’는 일제의 잔악한 고문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신사참배를 반대하다 순교한 주기철 목사의 일대기를 노래와 춤, 극적 구성이 어우러진 뮤지컬로 형상화하고 있다. 일제 시대 당시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일본군의 총칼 앞에 굴욕적인 신사참배를 결의했지만, 주기철 목사는 다섯 차례에 걸친 투옥 생활과 쇠못 밟기와 같은 갖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끝내 믿음을 굳게 지켰다. 뮤지컬 ‘순교자 주기철 목사’는 이러한 주기철 목사의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순교를 아름다운 노래와 훈련된 코러스들의 군무로 표현하고 있다. 아마추어의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성량을 갖춘 배우들과 오랜 훈련을 통해 호흡을 맞춘 코러스들의 춤은 주기철 목사의 희생과 순교라는 주제를 성도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3.1만세운동 장면 및 산정현 교회 건축을 축하하는 장면에서 여성 코러스들의 경쾌한 랩풍의 노래와 일사분란한 댄스는 주제가 지니고 있는 무게를 덜고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또한 주기철 목사가 하나님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오직 예수로만’이라는 성악조의 노래에 담아 부를 때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 느껴져 감동적이었다. 장면 교체시 다소 암전이 길어 지루한 감이 있긴 했지만, 무대 전환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전체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뮤지컬 제작에 쏟아 부었을 형제 자매들의 땀과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는 일대기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보니 인물간의 갈등이 부각되지 못했고 살아 있는 인물의 형상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은 아쉽다. 일대기를 나열하는 평면적 구성을 탈피하기 위해 주기철 목사의 아들을 서술자로 등장시키기는 했지만 극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극 중반에 등장하는 배교자 박칠성의 스토리와의 대비를 통해, 어머니를 남겨 두고 먼저 하나님 나라로 가야 하는 주기철 목사의 승리를 부각시키려한 시도는 좋았으나, 주기철 목사의 내면적 갈등을 다루지는 못했다. 십자가에 못박히시기 전 겟세마네 동산에서 “엘리엘리 라마사박다니”를 외치며 기도하시던 예수님의 모습을 주기철 목사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면 인물의 성격이 보다 입체적으로 형상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극 후반으로 갈수록 주기철 목사의 고통과 죽음이라는 사건 전개에 치중하다 보니 극 전반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노래와 춤이 생략된 채 연극적인 전개에 머무르고 있는 점도 아쉬웠다. 그러나 40여명에 가까운 배우들과 15명의 스텝의 자발적 참여와 열의로 만들어진 이번 작품은 일제강점기 기독교 진리를 지키기 위해 일사각오로 한 평생 주님을 위해 살았던 주기철 목사의 생애를 재조명하고 우리의 신앙의 각오를 다지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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