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 그대로

등록날짜 [ 2004-01-07 14:12:42 ]

잇따른 유산 (流産)
나는 어릴 적부터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했다. 학교에 다녀오기가 바쁘게 책가방을 던져놓고 동네 아이들을 봐주러 이 집 저 집 뛰어다녔고, 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와서 예수님을 만난 후엔 개척교회 목사님 자녀며 성도들의 자녀 봐주는 일을 도맡아 했었다. 그렇게 유난스러울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하는 내게는 웬일인지 결혼 9년이 지나도록 진정 사랑을 쏟아 부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 사이에 아예 아이가 잉태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세 번이나 임신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첫 번째 아이는 열 달 동안 뱃속에서 잘 자랐는데 출산과정에 문제가 있었던지 질식한 상태로 태어났고, 종합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그만 체온이 싸늘해지고 말았다. 생후 한 시간 반 만에 어미 품에 한번 안겨보지도 못하고 영안실로 옮겨진 것이다. 그 후 두 번이나 더 임신을 했지만 모두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자연유산이 되었으며, 그 이후 5년 동안은 아예 임신조차 되지 않았다.

나는 왜 이런 걸까
집안에 아이가 없으니 부부 사이도 원만하지 못하여 서로의 성격을 탓하며 자주 다투었고 이혼말도 여러 번 오갔다. 한번씩 시부모님을 만나는 것도 고역이었다. 첫아이 잃었을 때는 위로해주시던 분들이 유산을 거듭하고 몇 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자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며 나무라시니 되도록이면 시부모님을 피하고 싶었다. 또한 동서들이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충격을 받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교회에서도 누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겐 늘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임신을 잘 하는데 왜 나는 이런 걸까? 하나님 아버지, 제가 어떤 그릇으로 준비되어야 아이를 주실 건가요? 저도 어서 아이를 낳아서 남편 사랑, 시부모님 사랑받으며 살고 싶어요.’

두 분 다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

결혼 8주년째 되던 2000년도 3월, 벼르고 벼르던 끝에 남편과 함께 불임전문 용산 M산부인과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남편은 몇 년째 앓고 있던 치루(痔漏)의 뿌리가 깊어 정자까지 감염됐고 활동이 매우 저조한 상태라고 했다. 나는 전신마취 후 복강경(腹腔鏡) 검사까지 받았는데 뜻밖에도 자궁내막증이라고 했다. 자칫 자궁을 다 드러내야하는 무서운 병으로 이 병에 걸린 여성들은 대부분이 불임의 고통을 호소한다고 했다.

“현재 상태로는 두 분 다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 임신을 하시려면 남편 분부터 비뇨기과 치료를 받으시고 아주머니는 자궁내막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자궁내막증의 경우 수술을 해도 한두 달 내에 임신하지 않으면 재발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신하더라도 유산 가능성도 있고요.”

우리 부부로서는 별다른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결과였다. 당시 남편은 두 번째 치루수술을 받으면서 봉합처리가 잘못돼 무척 괴로워하는 중이라 곧 재수술을 받아야했다. 그러니 언제 수술을 받고 또 언제 비뇨기과 치료를 받을지 통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도 재발만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서든 자궁내막증 수술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한두 달 안에 임신하지 않으면 재발한다니 남편과 시기를 맞추지 않고 무턱대고 수술을 받을 수도 없었다. 불임의 원인만 알아내면 금방이라도 임신할 것 같았는데 이래저래 시기가 맞지 않으니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의학적인 방법에 의존해보려던 마음을 완전히 포기하자 평소엔 삼일 금식도 온전히 하지 못했던 내가 칠일 금식을 하며 하나님께 매달렸다. 금식을 마치던 날 사모님을 찾아뵙자 우리 가정의 태의 문을 가로막고 있는 흉악의 결박이 풀어지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하나님, 당신은 하실 수 있잖아요
몇 개월 후, 추석이 다가왔다. 천지만물을 주셔서 우리 육신을 살게 하시고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주셔서 우리 영혼이 영원히 살게 하신 하나님께 최상의 예배를 드린 추석날 아침, 윤석전 목사님께서 뜻밖의 선언을 하셨다.

“오늘 저녁시간에는 암병 등 불치병자, 아이를 잉태하고 싶으나 잉태치 못하는 부인들 모두 강단으로 올라와서 예배드리세요. 그분들을 위해서 축복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드디어 저녁성회 시간, 강단에 앉을 틈이 없이 빼곡히 암병 환자들과 아이를 못 낳는 부인네들이 올라앉았다. 이윽고 목사님께서 말씀을 증거 하시는데 먼저 믿음 없음을 책망하시는 말씀부터 하셨다.

“하나님께서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말씀하셨으면 하나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질 줄 믿고 아이를 가질 것이지 왜 의학적으로 아이 못 낳는다는 의사의 말만 믿고 아이를 가지지 않습니까? 의사의 말은 그렇게 믿으면서 전지전능하신 절대자 하나님의 말씀은 왜 그렇게 믿지 않는 것입니까? 믿음 안에 능치 못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당신들의 믿음의 현주소를 바로 파악하시고 제발 믿음 좀 가지십시오.”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은 모두 내게 주시는 말씀이었다.
‘맞아요, 하나님!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이에요.’
예수를 믿은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믿음이 없어 초라한 나의 몰골이 하나님 앞에 너무나 부끄러워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래요, 하나님! 당신은 하실 수 있잖아요. 제발 저도 아이를 낳게 해주세요!’
설교 후에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할 때 여러분들이 소원하는 바로 그 문제가 해결된 줄로 꼭 믿으셔야 합니다!” “아멘!”

생육하고 번성하라
몇 개월 후, 2001년 신년축복성회가 흰돌산 수양관에서 열렸다. 윤석전 목사님께서 또 암병 환자들과 애기 못 낳는 사람들은 강단으로 올라오라고 하셨다. 그 때는 강단에 올라가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았다. 나도 한 순간 ‘추석축복성회 때 기도 받았으면 됐지 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목사님께서 보시기에는 그게 아니니까 또 올라오라고 하시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누군가가 나를 일으켜 강단 쪽으로 나가게 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내 안에 계신 성령님이셨다. 내가 암병 환자들 사이에 앉아 있으니까 목사님께서 다가오셨다.

“김 집사는 아이도 못 낳으면서 왜 암병 환자들 옆에 앉아 있어? 저 쪽에 가서 따로 앉아요!”

전국에서 모여든 수천 성도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강단. 아이 못 낳는 여인 하나가 만장이 보는 가운데 강단 한쪽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그 날 설교를 마치신 목사님께서 다가오셔서 뜨겁고 간절하게 기도해주셨다.

“하나님, 생육하고 번성하라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그대로 김 집사에게 이루어지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제가 아이를 가졌대요!
두 달 후, 생리가 비취지 않아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디 한두 번 속았어야지’하는 마음에 병원에 가서 임신반응검사 하고픈 마음을 억지로 자제했다. 그런데 그 무렵 이후로 너무나 졸리기 시작하더니 박카스와 커피를 대놓고 마셔도 소용이 없었다. 게다가 살이 일년간 무려 10킬로나 쪄서 여간 걱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계속 생리가 없자 병원을 찾아갔더니 초음파 검사를 하던 의사가 뜻밖의 말을 했다.

“이것이 아기집입니다. 이것은 양수입니다. 아이가 잘 착상했군요. 그런데 심장이 약하니 조심하세요. 절대 안정해야합니다!”
“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임신 6주째입니다”

벌써 임신 6주째라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럴 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통 알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목사님 얼굴이 떠올라 무작정 목사님을 찾아갔다.

“목사님, 제가 아이를 가졌대요!” 목사님께서는 활짝 웃으시며 뜨겁게 축복 기도를 해주셨다.

지금 23개월 된 우리 딸 근애,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도 우리 딸을 업고 있으면 정말 이 아이가 내 딸인지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남의 애들을 업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또 근애를 안고 있으면 가슴속에 하나님을 향한 감사가 물밀듯 밀려나온다. 수없는 좌절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붙드시고 끝까지 내게 소망을 잃지 않게 해주신 나의 하나님! 진정 불가능한 가운데 말씀 한마디로 이적을 보여주신 나의 하나님 아버지! 우리 딸 근애의 탄생은 백 퍼센트 하나님이 살아 계심의 분명한 증거이다. 나는 복음을 전할 때마다 내 품에 안긴 우리 딸 근애로 인해 하나님은 분명히 살아 계셔서 나같이 미련하고 부족한 자라도 사랑해주신다는 것과, 그분이 하신 말씀을 그대로 믿고 내 몫으로 소유하는 자에게 믿음대로 역사하시는 분이심을 힘 있고, 분명하게 증거한다. 세상 어떤 환난과 고통이 밀려온다 해도 절대 흔들릴 수 없는 분명한 믿음의 증거가 내 품안에 고이 잠들고 있기 때문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5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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