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부족한 나를 보게 되다

등록날짜 [ 2011-10-27 03:25:32 ]

주님 심정 갖기 위해
계속해서 기도할 것

최근 책 한 권을 읽었다. 급성 패혈증으로 생명이 위급했던 네 살짜리 아이가 천국에 다녀와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에 대한 책이다. 주님이 말씀하시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아이는 자기가 만난 예수님을 이야기할 때마다 펄쩍펄쩍 뛰면서 순수하게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그러나 그 아이는 천국에 다녀온 후 장례식장에서 죽은 사람이 예수님을 믿었는지를 과도할 만큼 집착하고 안절부절못한다.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이 어린아이에게 깊이 각인되어, 죽음의 관문에서 반드시 지녀야 할 절대적인 열쇠가 예수님을 믿는 것뿐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고등부 신입반에서 주로 새로 전도되어 오는 아이들을 만난다. 복음을 들어본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친구를 따라 처음 오는 아이들이 많다. 처음에는 이들이 주님을 알고 구원에 이를 믿음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돌아보니 어느새 내 마음은 그저 아이들이 교회에 잘 나오고 고등부 안에서 잘 적응하고 지내는 것에 그치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처음 만나 서먹서먹한데 십자가를 얘기하고 천국 지옥을 얘기하기보다는, 먼저 마음을 열만큼 친해지고 나면 복음 전하기 더 쉬울 것이라는 내 생각으로 기회를 미루다가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그러고 나서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예수님을 전하고 꼭 지금 믿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해도, 여전히 내 말 한마디에 아이들이 하나님께 돌아오는 대역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때를 얻는지 못 얻는지 전하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고 부족한 부분을 성령님께서 역사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처음 교회에 오는 아이 중에는 가끔 진한 담배 냄새도 나고 예배 중에도 문자를 쉴 새 없이 주고받거나 이어폰을 한쪽에 그대로 꽂고 설교 말씀을 듣는 아이들도 있다. 그대로도 예쁠 티 없이 해맑은 얼굴에 진하게 화장을 한 아이들, 여자인 내가 보기에도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를 만큼 짧은 옷을 입고 교회에 오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학생들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사랑에 목말라서, 또 자기도 모르는 갈급함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따뜻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그들을 품어야 하는데도, 내 안에서 옳고 그름의 잣대만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여전히 많다.

처음 고등부 교사를 시작할 때 토요일이면 늘 밤잠을 설쳤다. 아이들 앞에 서기에도 나 자신이 부끄럽고, 말씀을 가르치기에도 부족한데 교사 직분을 계속 붙들고 있어도 될까, 두려웠다. 이러한 생각들이 내게 부담으로 다가오던 중에 주님은 이 직분이 사실은 나를 위한 하나님의 사랑의 장치임을 깨닫게 해 주셨다.

공과시간에 학생들과 나눈 말씀이 일주일 동안 나의 삶을 예리하게 비추어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내게 있는 사랑만으로는 주님 앞에 귀한 영혼 하나도 제대로 섬길 수 없는 부족한 자임도 깨닫게 하셨다. 심방할 재정이 부족할 때 전혀 기대하지 않은 손길을 통해 채워주시고, 쉼 없는 기도가 필요한 내 상황 때문에 직분을 통해서라도 기도의 자리로 나오게 하심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덧 올 회기연도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교사가 된 후 처음에 느꼈던 두려움과 긴장감을 이제는 설렘을 덧입은 거룩한 기대감으로 바꾸어 가시는 하나님의 그 은혜가 내게 넉넉히 넘치고 있음을 오늘도 고백한다.


/유설희 교사
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26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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