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철부지들을 떠나보내며

등록날짜 [ 2013-12-10 09:49:01 ]

중.고등부에서 함께하던 학생들이 대학청년회로 등반해 청년회 생활을 출발했다. 6년 동안 한 살 한 살 성장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나 역시 중등부와 고등부에서 교사로 충성한 터라 감회가 컸다.

6년 세월을 돌아보면 코흘리개이던 그들을 맞으러 초등부를 방문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등부를 거쳐 고등부를 졸업하고 대학청년회에 올라간다 하니 대견스럽고 서운한 생각에 마음속에서는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그중 예배 시간이나 모임에 소극적이고 싫증과 무관심으로 가득하던 한 친구가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권면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아이였는데 얼마 전 해맑게 웃어 보이며 “선생님 사랑합니다” 인사를 하고 두루마리 종이 하나를 건네 주는데 마음이 울컥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그 학생이 내 손에 쥐어준 종이를 열어 보니 지금까지 챙겨 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실 글 서두를 읽어보면 지난날 자신에게 “예배 시간마다 바르게 앉아라, 설교 말씀에 귀를 기울여라, 예배 시간에 늦지 말고 일찍 오너라” 같은 간섭이 싫었다고 나온다.

흰돌산수양관에서 열린 중.고등부 하계성회 때 역시 나는 그 학생이 은혜 받으라고 앞자리에 앉혀 놓으면 앞자리가 싫다고 했다. 2층 한쪽 구석으로 숨다시피 도망치는 녀석을 내가 또 쫓아가서 앞자리에 데려다 앉히고, 바깥을 배회하면 어떻게 알고 찾아와 성전 앞자리로 데려가곤 해서 내 얼굴만 봐도 싫고 미워서 일부러 피해 다녔단다.

그런데 흰돌산수양관 성회에서 은혜 받고 나니 그런 자기를 끝까지 참아 주고 사랑해 주고 기도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자기 나름으로 깨달은 감사를 글로 전해 주었다.

학생이 손수 써내려간 글을 읽으면서 주님 속을 썩이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학생들에게는 신앙생활 잘하라 말하지만, 나 역시 주님 마음을 애태우는 철없는 학생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주의 사자의 입술을 통해 기도하고 전도하고 직분 잘 감당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근심을 끼치는 나를 보았다. 주의 사자가 기도하며 말씀 전하는 일에 전무하시게 온전히 잘 보필해야 하는데, 내 모습이 그 학생과 다를 바 없어 회개하며 더 은혜가 넘쳤다.

내 중.고등부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때는 나 역시 신앙생활이 싫기만 했다. 교회생활이 무미건조했는데 그래도 그런 나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사랑으로 안아 주며 눈물로 기도하시던 선생님이 생각난다. 그 선생님이 기도하고 붙들어 주셨기 때문에 나 역시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

오늘 이 시대에는 우리 학생들을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고 기도하며 섬겨 줄 선생님이 더 많이 필요하다.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둘 때가 온다. 학생들을 두고 나 역시 눈물로 기도하며 많은 아이가 주 안에서 온전히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

끝으로 대학청년회에 올라가는 학생들이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신 예수 이름을 붙들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살아가는, 영육 간에 승리자가 되기를 소원한다. 할렐루야!


/이존 부장
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36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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