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 직분

등록날짜 [ 2014-05-13 10:34:19 ]

학생 시절에 교회에는 닮고 싶었던 선생님들이 계셨고, 그분들은 내 삶의 여정에 작은 이정표와 같았다. 예수의 피로 구원받은 기쁨은 나도 그런 교사가 되고 싶게 했다. 학생들의 삶에 선한 영향을 주고 싶었고, 닮고 싶은 교사가 되고 싶었다. 마침 어머니께서 고등부 교사를 지원하셨는데 내게도 권유하신 것이 계기가 되어 설렘과 기대, 그리고 거룩한 부담감으로 고등부에 발을 디딘 지 3년째다.

타 교회에서 학생 시절을 보낸 나는, 우리 교회 학생들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강단에서 흐르는 보혈의 말씀이 굽이쳐 흐르는 환경 아래 있는 아이들의 인생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얼마나 복된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교사를 하며 보고 느낀 바로는 우리 아이들도 고민이 많았다. 세상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이 그들을 미워할 때 겪는 신앙의 싸움은 치열하며 때론 외롭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자라나는 육신의 정욕과 친구들의 시선이 신앙을 대적하는 상황은 성인들보다 오히려 어렵다. 성적에 예민하고, 아직 여리며, 친구가 좋고, 감정통제가 서툰 시기에 이와 같은 문제들은 사춘기가 무르익을수록 극명하게 드러난다.

악한 마귀는, 사람의 가장 약한 부분을 통해 역사한다. 그런데도 살려고 매달리는 아이들의 기도는, 잦은 넘어짐 속에서도 일어날 동력이 되어 주었다. 특히 신입반은, 부모님의 핍박으로 어렵게 신앙생활 하는 경우가 있다. 간혹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나 역시 그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이라는 학생은 예배드리는 것을 아주 힘들어 하는데, 관계가 열리고 나서 어떻게든 예배를 잘 드리게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하고 가까이한 적이 있었다. 신앙생활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불통과 오해와 상처에 대한 문제들을 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랑으로 대하고 있다고 믿어 왔지만 삶에 깊게 개입하면서 내 욕심이 사랑을 앞지른 적도 많았다. 기대치를 높게 가지니 대한이와 내가 동시에 힘들어졌다.

그때마다 내게 드는 강한 느낌은 목사님 말씀대로, 바로 그것이 나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대한이는 죄를 덮는 기술이 부족해서 자주 드러나지만, 나는 똑같이 죄를 범하면서도 죄를 덮는 기술이 뛰어나 거의 드러나지 않는 차이뿐이었다. 나는 교사이고 그는 학생일 뿐, 죄인인 점은 다르지 않다. 죄의 현상은 달라도 원리는 같다. 그를 심하게 책망하고 나서는 거의 매번 성전으로 들어가 기도했다. 그러면 먼저 나를 붙잡아 달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하나님께서는 매섭게 다그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기다림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셨다. 그리고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셨다. 그가 힘들어 하는 모습이 불순종이 아니라 오히려 힘든 가운데에 순종하는 노력이라는 점도 알게 해 주셨다.
 
교사 직분은 다른 영혼관리의 직분 못지않게 특별한 책임감이 부여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그것은 때때로 영적인 부모의 수준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과 기도로 얻어지는 지혜로만 감당할 수 있다고 느낀다.

교사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를 가르치는 직분이며, 맡은 영혼이 사는 모습을 통해 나 또한 살아나게 하는 감격적인 은혜가 기다리고 있는 직분이다. 교사라는 이름은 나를 살리는 하나님의 명백한 선물이다.


/김믿음 교사
고등부

위 글은 교회신문 <38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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