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우리 사회를 망치는 패거리 문화

등록날짜 [ 2014-07-15 22:53:47 ]

특정 집단이 주요 요직 독점하는 관례 근절해야

일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공공성이 회복될 것

 

인간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라 집단을 만들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함께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집단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안과 밖의 구분이 생기어 결속이 강해지고 외집단을 적대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사회적 본성으로 자리를 잡는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종 편견이나 지역감정, 민족 갈등을 집단의 순수성을 보존하면서 자기 집단을 지키려는 방어 작용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마치 몸 외부의 해로운 균에 대항하여 건강을 지키려는 면역작용처럼 말이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공통점이 많은 사람끼리 친밀감을 느끼고 뭉치려고 한다. 동물이 생존을 위해 본능에 따라 환경에 맞는 방식으로 군집을 형성한다면 인간은 의식적으로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고 상호갈등과 협력으로 더 큰 사회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렇게 집단이 만들어지면 그 안에서 또다시 핵심 그룹이 만들어지고 이들만의 은밀하고 독점적인 관계망이 형성되어 내부에서 차별이 발생한다. 이러한 차별화는 한정된 자원과 부를 더 많이 독점하려는 욕심과 권력욕 때문에 벌어지지만 효율성을 위한 권력의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어느 사회나 집단 문화가 존재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문제 중 하나가 힘 있는 자들의 패거리 문화가 매우 강하게 작용하여 역기능을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원래 이탈리아의 범죄조직을 뜻하던 ‘마피아’라는 말이 특정 집단 출신의 독점적 관계를 뜻하는 말로 변형돼 관피아(관료 출신), 모피아(재경부 출신), 철피아(철도 마피아) 같은 단어들이 회자된다. 물론 5공 시절부터 TK(대구, 경북 출신 엘리트), PK(부산, 경남 출신 엘리트), 육법당(육사 출신과 법조인 엘리트) 같은 단어가 이미 존재했지만 현 정부 들어 이런 사적 네트워크가 더 기승을 부린다.

사람에게는 자기 안녕을 지키려고 패거리를 만들려는 성향이 어느 정도 있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마피아 문화는 이것을 넘어 기득권을 영구화하려는 권력 굳히기로 발전하여 사회 전체에 큰 해악을 가져오고 있다.

지난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도 결국은 엘리트 집단이 능력과 적성에 상관없이 독점적으로 조직의 요직을 꿰어차고 권력을 독점한 채 사익만 추구하는 바람에 조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교육부나 청와대 교육수석 자리도 서울대 교육학과라는 특정 학벌이 이 자리를 오랜 기간 독식하면서 발생했다. 패거리 문화가 만연하다 보면 무엇보다 사회정의에 이바지하고 공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행정권과 권력이 특정 세력의 배를 불리는 도구처럼 운영되기 쉽다.

또 이런 패거리 문화에서는 양심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 패거리에 충성을 다할 사람만이 등용되어 이로 말미암은 폐해가 사회 전체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가는 망해도 패거리는 번성한다.

사회가 건강하고 발전하려면 악성 패거리 문화를 근절해야 하고, 공공의 선을 지키려는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 국민 역시 패거리 문화에 동조하거나 묵인하지 말고 주권자로서 눈을 부릅뜨고 공직자들을 감시해야 한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3:28).

초대교회는 공동체 정신에 투철했으므로 복음을 들고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강한 제국들은 관용과 포용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일류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패거리 문화를 척결하고 공공성을 회복할 때다.



/ 김 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39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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