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개성공단, 과연 남북화해의 상징인가

등록날짜 [ 2017-02-14 15:08:38 ]

개성공단 3통(통신, 통행, 통관) 문제
북측에 수차례 건의했으나 묵묵부답
북 근로자들 임금 거의 받지 못하고
핵 개발 자금으로 사용된 정황 짙어


가동 중단되기 전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면 보통 사흘 전에 북측에 들어갈 인원을 알려 주어야 했다. 당일에는 북측에서 들어와도 좋다는 통보가 와야 들어갈 수 있었다. 매일같이 개성공단을 드나드는 기업인들도 예외가 없었다. 북한 측에서 특정인을 지목해 출입을 불허하면 들어갈 수 없었고, 당일 아침 출입국 사무소에 갔다가 개성공단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

또 개성공단 지역에서는 인터넷이 되지 않았고 전화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다. 불과 몇 ㎞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지만 국제전화나 국제 팩스를 이용해야 했다. 차량도 마찬가지였다. RFID 카드 하나 달면 언제든 자유롭게 출입하면서 출입기록도 파악할 수 있지만 북한 측은 이를 끝까지 거부했다.

또 개성공단 생산 물품을 가지고 나오려 하면 북한 측은 전수조사를 했다. 제품을 일일이 검사하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기업 활동은 전적으로 북한 측의 처분에 달려 있었고 기업인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개성공단행 통신, 통행, 통관은 이처럼 불편함의 극치였다. 이른바 3통 문제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의 3통 문제 해결은 기업인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이렇다 보니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해 아무리 외국기업을 유치하려고 해도 허사였다. 정치군사적으로 불안정한 데다 출입과 통신, 통관 자체가 이렇게 어렵고 불편한 곳에 어느 외국기업이 들어오려 하겠는가? 개성공단 국제공단화는 허울뿐이었고 북한은 교묘하게 개성공단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북한 근로자들은 임금을 거의 받지 못했다. 북측이 제정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도 "기업은 노동보수를 화폐로 종업원에게 직접 주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른바 임금 직불제다. 통일부가 공개한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은 현금과 현물을 합해 80달러 정도 됐지만 북한 근로자들은 단 1달러도 직접 받지 못했다. 마커스 놀랜드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이 밝힌 바에 의하면 북한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월 실질 소득은 2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북한 돈이나 상품권 형식으로 지급됐다. 이렇다 보니 개성공단에서는 북한 근로자들에 의한 물품 빼돌리기가 극성이었다. 신발과 등산화, 칼, 도마 등 완제품은 물론이고 원부자재까지 빼돌려 장마당에 팔아 부수입을 올렸다.

3통 문제 해결과 근로자 임금 직불제, 개성공단 국제공단화는 남북 간 합의사항이지만 북한은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기까지 10여 년 동안 집요하게 이행을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 편의에 따라 걸핏하면 육로 통행을 중단하거나 일방적으로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기업인들은 늘 마음을 졸여야 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휴전선 목함지뢰 도발, 핵과 미사일 도발 등 제2의 6·25 사변이 날 수 있을 정도로 고강도 무력도발을 감행할 때도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을 중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북한이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은 더는 개성공단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은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감내하고 결정한 고육지책이었다.

더 큰 문제는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무기개발에 투입된다는 의혹이다. 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었던 마이클 리는 남한이 북한에 지급하는 근로자들 임금 등 거액의 달러가 김정은 비자금을 운용하는 노동당 39호실로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탈북해 국내 입국한 북한 핵심 권력층 고위간부도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개성공단이 남북의 상생과 화해 협력의 상징으로, 또 북한 지역에서 작은 민주주의 실험장으로 평가받는다고 하지만 정작 북한은 이를 악용했다. 김정은 정권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3대 세습독재 체제 유지와 핵 개발에 이용당한 부작용이 컸다.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1년을 맞아 재가동을 말하기에 앞서 먼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 제시가 급선무다. 그렇지 않으면 김정은이 개성공단을 핵무기 개발 자금줄과 대남 압박 카드로 이용하도록 다시 내줄 뿐이라는 지적을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한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1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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