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 비핵화의 허상

등록날짜 [ 2017-08-03 13:39:32 ]

체제보장과 생존을 위해서라도 절대 핵개발 포기하지 않는 북한정권
국제사회공조로 현명하게 대처해야

지난 13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4형 발사를 축하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벌였다. 북한 대표악단인 모란봉과 청봉악단이 동원돼 분위기를 띄웠다. 북한은 미공개 미사일 사진들까지 공개해 가며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친 미사일 개발사를 자축했다. 수십 년에 걸친 미사일 개발을 한껏 과시하는 자리였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은 1980년대 초 이집트에서 소련제 스커드미사일을 들여와 분해한 뒤 역설계하면서 시작됐다. 북한은 스커드 개량형인 화성-5호와 6호를 만들어 냈고 당시 이라크와 전쟁을 치르던 이란에 100기 넘게 수출하며 실전 테스트까지 거칠 수 있었다. 북한에는 외화도 벌고 미사일 기술을 축적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나아갔다. 북한은 1993년에 사거리가 1300㎞에 이르는 노동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노동미사일은 일본까지 타격할 수 있었다. 이어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로 나아갔는데 1998년 3단계 미사일인 대포동 1호를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대포동 1호는 일본 열도를 넘어 날아가 태평양에 떨어졌다. 일본은 경악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적국 미사일이 열도 위를 날아가면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위협 인식은 급격히 높아졌다.

북한은 1990년대에는 러시아 기술로 사거리 3000㎞인 무수단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고 ICBM 연구도 본격화했다. 마침내 2012년 4월 김일성 100회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김정일 때 개발에 착수했던 이동식 ICBM인 화성-13형을 공개했다. 김일성 때 단거리, 김정일 때 중장거리, 김정은 때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로 차근차근 사거리를 늘려 왔고, 김정은은 올 1월 신년사에서 ICBM 개발이 마감 단계에 와 있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어 지난 5월과 7월에는 화성-12형과 화성-14형을 쏘아 올렸다. 북한은 화성-14형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의 ICBM 수준이 수백 킬로그램의 탄두를 장착하고 1만 1000㎞를 날아가는 1970년대 소련 ICBM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ICBM을 완성하려면 2, 3년은 더 걸릴 것이라던 미국은 화성-14형을 계기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ICBM의 문턱을 넘었으며 당장 내년 초 ICBM 실전 배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은 동시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1호 SLBM인 북극성 1호, 또 이를 지상 발사형으로 개조한 북극성 2형, 최근에 사진으로 노출된 북극성 3형 추정 미사일까지 병행 개발하고 있다.

김씨 일가 3대가 핵미사일에 집착하는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7차 노동당 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밝혔듯 최종 목표는 한반도 적화통일이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손에 넣으면 남한을 침공할 때 미군의 증원 병력을 저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할아버지 김일성이 6·25 전쟁 당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미 증원 전력을 차단하지 못해 뼈아픈 패배를 맛보았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핵미사일로 위협하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체제보장을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에게 체제보장의 의미는 북한 주민들의 삶이 아닌 자신의 목숨과 함께 3대 세습 독재체제에 대한 미국의 보증을 말한다. 다시 말해, 핵미사일은 김정은에게 단순히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살상 무기가 아니라 생존 그 차제다. 더구나 김정은은 김정일과는 다르다.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 노선이 항구적 노선이라고 천명했다. 핵무기 개발이 우선이고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핵실험 3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3번이나 했다. 이는 김정은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 보유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정일 때와는 달리 협상을 거부하고 있고 남한의 인도적 지원이나 대화 제의도 모두 거부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이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햇볕정책과 평화번영, 비핵·개방·3000, 상생과 공영,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역대 정부의 화해 협력 정책들은 지난해 북한의 4, 5차 핵실험을 계기로 전면 중단되었다. 북한의 핵 능력이 증강될수록 일촉즉발의 군사 충돌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과연 북한 비핵화는 가능할 것인가?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3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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