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칼럼] “그 붉은, 붉은 것”

등록날짜 [ 2010-06-15 08:16:41 ]

성경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 중 하나가 구약 창세기에 나오는 에서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사냥을 나갔다 돌아왔을 때 배가 심히도 고팠습니다. 허기를 채우지 않으면 이 세상이 당장에라도 끝장날 것만 같은 상태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토록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처럼 서둘러대는 형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한 동생 야곱은 그러한 상황을 교묘히 이용했습니다. 마침 그는 팥죽을 쑤고 있었습니다. 팥죽을 눈앞에 둔 에서에게 더 망설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동생 야곱에게 그 팥죽을 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팥죽’이라는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급했기에 “그 붉은, 붉은 것을 좀 달라”고 허둥댔습니다. 이토록 급한 모습을 본 야곱은 그것을 기회로 알아차리는 일에 결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는 그토록 급한 형을 대상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흥정을 하게 됩니다. 그는 자기 형에게 “팥죽을 주면 형은 나에게 무엇을 주겠는가?”라며 이상한 거래를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팥죽 한 그릇을 줄 테니 내가 형 하고 네가 동생 하자”는 흥정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거래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까짓 팥죽 한 그릇을 돈으로 따지면 한 3천 원쯤 하겠습니까? 이 정도가 되면 형으로서 “야 이놈아, 세상에 그런 법은 없다. 에이 나쁜 놈 같으니라고. 관둬라 관둬. 그까짓 팥죽 안 먹는다, 안 먹어”라고 하면서 발길을 돌려야 마땅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에서는 너무도 급했습니다. 당장에 죽을 것 같은 마음에 그는 더 이상의 흥정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즉각적으로 그 흥정에 응했고 그는 만족스럽게 팥죽 한 그릇을 거뜬히 비우고 굶주린 창자를 채웠습니다. 인류 역사 전체를 바꾸는 엄청나게 불공평한 거래는 그렇게 순식간에 이뤄지고 말았습니다. 이 흥정과 거래에서 겉모양으로는 에서가 잃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가 무언가를 야곱의 손에 실질적으로 쥐여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야곱만이 팥죽 한 그릇을 손해 본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 형제의 거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불공정한 거래였으며 가장 불행한 거래였습니다.

이 거래로 에서는 하나님의 나라, 메시아 왕국 조상의 위치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비극은 자자손손 계속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오늘날도 에서의 후예들은 야곱의 후예들에 의해 철저히 손해 보는 상황에 처해있음을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팥죽 한 그릇에 장자 명분을 팔아버린 일의 경망스러움은 그렇게 엄청난 비극을 불러왔습니다.

우리도 자칫 방심하면 이러한 잘못을 범할 수 있음을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교회의 영광을 위하여 온 생애를 헌신한 그리스도인으로서 그까짓 하찮은 일시적 욕구를 채워주는 것들과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영적 자산과 유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 영원한 것들과 세상적인 것들을 맞바꾸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붉은, 붉은 것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할지라도 오직 우리는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분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는 눈의 초점을 한 시라도 흐트러뜨려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팥죽 한 그릇에 팔아버리는 일은 우리의 인생을 허무함의 골짜기로 처박히게 할 뿐입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9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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