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칼럼] 기도가 더디 응답된다고 느낄 때

등록날짜 [ 2010-08-17 07:37:54 ]

최근 어느 주일 저녁, 중국 상해에서 무한으로 가는 비행기 여행 중에서 깨달은 점이 있어 몇 자 적어봅니다.

상해에 있는 한 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마치고, 900킬로미터가량 떨어진 무한의 한 대학에서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강의가 있어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여 쉬려고 비행기를 타기로 했습니다.

저녁 7시 10분 비행기를 타면 8시 50분에 도착하게 되어 있었는데, 승객들을 태운 비행기가 삼십 분, 한 시간, 두 시간, 무작정 기다리게 하더니 4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이륙을 했습니다.

200여 명이 탄 좁은 비행기 안에서 4시간 30분이나 그저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진풍경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여승무원은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하는 이유를 가끔 간단하게 설명해줬는데, 그것은 관제탑에서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뿐이었습니다. 비행기가 한 시간 정도 지나도 이륙하지 않자, 어떤 승객들이 승무원에게 이유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이륙하지 않는다고 큰 소리로 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두 명이 큰소리로 불평하자 이곳저곳에서 불평이 이어졌습니다. 이륙이 두 시간 정도 지연되는 시점이 되자 몇몇 승객들은 화를 내면서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다고 말하더니 비행기에서 내려버렸습니다.

비행기 안의 승객들을 더욱 참지 못하게 한 것은 바로 옆 게이트에서 대기하던 비행기들은 시간에 맞게 출발하고, 한 비행기가 출발하면 또 다른 비행기가 도착하는 일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한 승객이 옆 비행기가 출발하기 위해 게이트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면, 많은 승객이 우르르 창문 밖을 쳐다보며 부러워하고, 이어서 불평 소리가 다시 커지곤 했습니다. 그때에도 승무원은 관제탑에서 이륙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다고만 안내방송을 했습니다. 그러더니 드디어 4시간 반이 지난 후에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륙했습니다.

저는 4시간 반이나 이륙을 하지 못하고 대기하는 비행기 안에 앉아 있으면서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평안했습니다.

왜냐하면, 관제탑에서 이륙 허락을 하지 않을 때에는 선한 이유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관제탑에 있는 분들이 제가 탄 비행기를 재미로 붙잡아 놓거나, 금품을 요구하기 위해 인질로 잡아놓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상해에서 무한으로 비행하는 항로의 어느 지점에서 날씨가 너무나 열악했기 때문에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게 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저는 비행기의 이륙을 기다리는 동안 조금은 불편하고 피곤했지만 그러한 상황에 대해 조바심하거나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우리의 기도생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놓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성실하게 그리고 바로바로 응답해주시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떤 때에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대해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빨리 응답하지 않으실 때도 있습니다. 그때야말로 우리 삶의 여정에 ‘관제탑’되신 하나님의 선하심을 더욱 신뢰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삶에서 가장 안전하고 적절한 때를 찾아 우리의 기도를 응답하시는 하나님이시라는 점을 믿고 기도가 더디 응답된다고 느낄 때에도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0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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