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칼럼] 일생의 기도가 노년에 꽃피기까지

등록날짜 [ 2012-06-19 11:24:59 ]

교수직 은퇴 후 열어주신 목회자의 길
목회는 참 행복과 보람이 있는 자리다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교수로 봉직한 지 30년이 훌쩍 넘어가는 때, 정년 은퇴를 5개월 앞두고 인천에 있는 61사단에 군목(軍牧)이 없다는 전갈과 함께 내게 설교 부탁이 왔다. 그래서 주일 대예배와 오후 예배를 맡아 헌신적인 마음으로 군인교회 목회에 전념했다. 젊은이들과 몇몇 군인 가족이 출석하는 군인교회는 내게 참 보람을 주었고 기쁨이었다.

과거에 군목을 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더구나 사단장을 비롯하여 부사단장 두 분, 참모장, 연대장과 대대장 두 분이 아주 독실한 신자여서 정말 모범적 부대이며 내게는 은혜의 시간이었다. 거의 매달 위문 공연을 초청할 수 있었고, 그때마다 부대에 필요한 것들이 보충되기도 했다. 성도가 정말로 좋아했다.

그러다가 2010년 9월 말, 성도와 정이 들어 신뢰가 쌓이고 교회가 아주 좋아지던 그때, 군부대 목회를 마무리하고 서로 아쉬움을 주고받으며 돌아와야 했다. 아이티에 파병되었던 군목사님이 귀국하여 사단 군목으로 부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주 월요일이었다. 내가 잘 아는 성북성결교회 원로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음 주부터 교회 설교를 담당해 달라는 말씀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했다. 군부대 목회가 끝난 직후에 또 설교할 기회를 주시는 축복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교회 담임목사님이 캐나다로 목회하러 떠나게 되어 후임 목사님이 오실 때까지 설교를 계속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면서 후임 목사님 청빙 절차를 밟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성북교회는 길음동 뉴타운 입구에 있는데, 듣기로는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원래 정착민이 많이 나가고 새로운 구성원들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지역 교회들의 구성도 구신자에서 새신자로 바뀌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마다 새로운 환경과 변화의 현장에서 적응해 가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은 학교에서 교수로 있으면서도 나는 목회자로의 꿈과 환상을 품고 목회의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를 참 많이 했다. 하나님이 목회의 길로 가라면 나는 교수직을 내려놓고 바로 교회로 나가려고 작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다. 첫째, 내가 목회하려고 정치적으로나 스스로 나서서 작업하거나 구걸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둘째, 전 교인이 만장일치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나님의 뜻으로 알겠다는 전제였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65세 정년 은퇴를 하기까지 하나님은 내게 문을 열어주지 않으셔서 이제는 하나님이 목회의 길을 영영 닫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을 때였다. 간혹 설교 부탁이 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살아가는 형편이었다.

성북성결교회에서 설교한 지 2개월 정도 넘어갈 무렵 후임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그런데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당회원 장로님들이 나를 만나자고 했다. 거기서 전 교인이 나를 담임목사로 영접하고 환영하는 뜻을 전달받았고 나는 3일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다. 기도원에 가서 하나님의 뜻을 점검하고자 기도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은퇴가 좋기도 했다. 모든 것에서 이제 자유로워졌고 교회에 매여 있는 것이 좀 불편하게도 느껴졌다. 은퇴하고 나니 여기저기에서 강의와 집회 부탁이 더 많이 들어와 보람도 있었다. 그때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원래 신학대학에 들어갈 때, 나의 초심을 일깨워 보게 된 것이다.

분명 내 신학대학교 입학의 동기와 목적은 전적으로 신학자의 길이 아닌 목회자의 길이었다. 그리고 나는 신학대학교의 교수로 있으면서도 언제나 목회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목회를 하고자 그토록 많은 기도를 드렸던 것이 생각났다.

기도원에서 기도하다 보니 이런 모든 상황이 늦었지만 기도의 응답이고, 거절하지 못할 하나님의 강권으로 느껴졌다. 기도는 분명히 응답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목회를 위해 기도했던 것이 지금에야 응답되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성도들의 환영 속에 드디어 목회에 전념하기에 이른다.

목회는 교회 전부의 제반사가 담임목사의 몫으로 안겨지고 부담으로 주어지는 것이 현실로 확 다가왔다. 신학대학교 교수생활은 내가 좋아서 하는 학문의 세계를 즐기며 보람 있게 가르치면 그것으로 되었다. 그리고 학교 학생들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다. 그런데 목회의 현장은 늘 같은 대상에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이며, 일 년 열두 달 쉴 사이가 없는 24시간 긴장의 연속이라는 것이 실제로 체험되었다.

목회현장에 오면서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교수직이 즐겁고 좋다면, 목회는 참 행복하고 더욱 보람 있다’는 것이다. 오직 성령님이 같이해주셔야만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목회임을 절감하면서….

위 글은 교회신문 <29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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