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칼럼] 하나님의 나라와 천국(7)

등록날짜 [ 2023-05-04 14:59:13 ]

행복칼럼 독자들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사역에서 ‘하나님의 나라와 천국’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예수님의 귀신 축출 사역 중에서 가장 생생하고 자세하게 묘사된 거라사 광인 치유 사건(막5:1~20, 눅8:26~39)을 통해 더러운 귀신이 인간을 얼마나 비참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파괴 세력이며, 그럼에도 예수님은 더러운 귀신을 축출하고 그런 귀신들에게 파괴된 인간을 회복시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복음 전도자가 되게 한 ‘놀라운 치유자’이신가를 제시하려고 합니다.


망가진 사람도 예수님을 만나면

예수님은 제자들과 배를 타고 갈릴리 건너편에 있는 거라사인의 지방으로 가셨습니다. 거라사는 갈릴리 동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도시로서 이방인들이 사는 지역이었습니다. ‘데가볼리’(데카 폴리스)라는 열 도시 연맹체에 속한 도시였습니다.


예수님이 그곳에 가셨을 때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 무덤 사이에서 나와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쇠사슬로도 맬 수 없을 만큼 사납고 폭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쇠사슬과 고랑에 여러 차례 매였어도 쇠사슬을 끊고 고랑을 깨뜨리는 초인적인 괴력을 나타냈으며, 더는 아무도 그를 제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밤낮 무덤 사이나 산에서 늘 소리 지르며 돌로 자기의 몸을 상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사람이 미쳐서 사납고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고 초인적인 괴력을 나타내는 것은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자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어떤 큰 피해를 받았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마음에 큰 상처와 아픔을 당한 상태에서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이 가슴앓이를 하면서 정신적인 압박을 크게 받다가 급기야 미쳐 버렸을 것입니다. 사람이 미친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현대 정신과학에서는 ‘정신 이상’ 혹은 ‘정신 분열’이라고 부릅니다. 그가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사납게 행동했기 때문에, 집안 사람이나 동네 사람들이 그를 제어하려고 처음에는 새끼줄이나 밧줄로 묶어 놓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그것도 끊자 쇠사슬로 묶어 놓았는데 그것마저 끊어 버리고 결국엔 집을 뛰쳐나가 사람들이 살지 않는 무덤 사이에 거하게 된 것입니다.


본문에서 그 사람의 비정상적 상태에 관해 중요한 단서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비정상적 정신 상태’입니다. 그가 ‘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그 사람의 내면을 압박하는 답답함과 고통, 나아가 분노를 나타냅니다. 그는 자기의 마음을 짓누르는 고통과 분노가 너무 커서 자기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름으로써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그가 그의 마음을 심히 괴롭게 하며 분노하게 만드는 어떤 피해를 받았고 그것이 그의 내면에 깊은 원한으로 작용한 것을 표현합니다.


다음에 ‘비정상적 행동’입니다. 그가 ‘돌로 제 몸을 상하고 있었다’는 것은 신체적 폭력을 자신에게 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그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원인이 어떤 끔찍한 폭력이었음을 암시합니다. 그는 어떤 폭력적인 일을 당했고 그로써 마음에 깊은 상처와 고통을 받았으며 그의 정신이 극심한 압박을 받아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그의 마음에 맹렬한 증오심과 분노가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는 한편으로 자기도 같은 폭력으로 복수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자기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좌절하면서 그 폭력을 자기를 향해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의 몸과 마음이 이렇게 심각하게 파괴된 정신 분열 상태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예수께 고침 받은 복음 전도자

이 사람을 사로잡고 있던 귀신의 이름은 ‘군대’였습니다. 군대라는 이름은 헬라어로 ‘레기온’인데, 레기온은 보병과 기병과 그 밖의 보조부대로 구성된 로마의 군단으로서 대략 6000명가량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레기온이 어느 지역에 주둔할 때는 2000명가량으로 구성한 하급부대별로 주둔했고, 거라사와 그 인근에는 유대-로마 전쟁(AD 66~70년)으로 로마 제10군단이 주둔해 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바다로 뛰어들어 몰사한 돼지 떼 2000마리는 마가복음에만 나오는데(마8:32와 눅8:33에서는 생략), 그것은 이 사람을 사로잡아 파괴하고 있던 귀신들의 정체인 ‘레기온’(군대)을 가리키는 숫자입니다.


예수님은 그 사람을 보자마자 그를 사로잡고 있는 귀신을 향해 “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라고 명령했습니다(막5:8). 그 귀신(들)은 예수님의 명령에 완강하게 반항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명령에 불복하던 귀신들이 결국엔 예수님의 권위에 복종하여 돼지 떼에게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거의 2000마리나 되는 떼가 바다를 향해 비탈로 내리달아 바다에 몰사했습니다. 사람들이 그 귀신 들렸던 자 곧 군대 지폈던 자가 옷을 입고 정신이 온전하여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두려워했습니다. 예수님은 그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내시며 그가 해야 할 일을 말씀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주께서 네게 어떻게 큰 일을 행하사 불쌍히 여기신 것을 네 친속에게 전하라”(막5:19). 그가 가서 예수께서 자기에게 어떻게 큰일을 행하셨는지를 데가볼리에 전파했습니다.


그렇게 망가졌던 사람이 예수님께 치유받고 예수께서 행하신 큰일을 전하는 복음 전도자가 된 것입니다. 예수님은 놀라운 치유자이십니다. 거라사의 광인처럼 군대 귀신이 들려 영혼이 파괴되고 처참하게 망가진 사람도 치유를 받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도하는 일꾼이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가 오늘도 이와 같은 치유의 권능과 은혜를 통해 우리 가운데서 역사하고 계십니다.



/김광수 박사
카이로스 성경연구소 소장


위 글은 교회신문 <797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