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거짓말에 대하여] 거짓말이 습관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등록날짜 [ 2015-12-15 16:42:47 ]

자신을 보호하거나 우월감을 드러내려고 이용하다 보면
남을 지배하거나 영향을 미치려 의도적으로 사용하게 돼


당신은 정직한 사람인가? 1997년 미국의 심리학자 제럴드 제이슨은 사람이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사람은 8분에 한 번꼴로, 하루에 200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제이슨에 따르면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거짓말은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차가 막혀서’라고 핑계를 대는 것이다. 물건을 파는 점원이나 정치인, 혹은 언론인처럼 남들보다 거짓말을 더 많이 하는 직업도 있다.

인간은 거짓말쟁이
사람이 살면서 거짓말 한 번 안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 거짓말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연인들도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당신 오늘 정말 예뻐”와 같은 아부성 거짓말을 주고받기도 한다. 아이가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서툴게 하는 ‘노란 거짓말’은 때로 사람들을 웃게 한다.

하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 ‘새까만 거짓말’이나 의도적으로 모든 것을 속이는 ‘새빨간 거짓말’을 그러려니 하고 봐주긴 어렵다. 보이스 피싱이나 상대의 돈을 강탈할 목적인 사기는 범죄행위로 엄격하게 처벌받는다. 보통 우리는 나쁜 거짓말은 안 되고, 좋은 의도의 거짓말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문제는 둘의 경계가 항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국정을 책임진 정치가나 공무원이 선한 의도에서 한다고 믿고 국민에게 거짓된 정보를 흘리거나 거짓말하는 경우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거짓을 용인하다 보면 그것이 더 큰 거짓말을 낳거나 습관화한다.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특별한 의도 없이 거짓말하고, 그럴 때 듣는 사람의 반응을 의식한다. 그런데 거짓말에 자신이 붙으면 남을 지배하거나 영향을 미치려고 일부러 거짓말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공인(公人)들이 상습적으로 쉽게 거짓말을 하거나, 정치적 득실 때문에 상대를 모함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너무 짙다. 세월이 지나 자신의 말이 거짓으로 판명되어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뻔뻔하게 변명을 일삼는 낯 두꺼운 모습을 너무 자주 본다.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사건이 세월이 흘러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사건 당시 신속하게 대응하거나 서로 협조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언론이 취재할 때 그때그때 둘러대거나 거짓말을 한 경우가 많다. 청문회를 봐도 금방 들통날 것이 분명한데 공직자 후보들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런 현상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올 2월 ‘정치인 거짓말상’을 선정하기도 했다.



거짓말을 하는 이유
거짓말을 하는 심리적 이유도 여러 가지다. 우선 즐거움을 얻거나 자기를 보호하려고 거짓말한다. 몰래카메라 같은 경우가 웃자고 짜고 속이는 예라면, 자존감을 위해 과거 일이나 자기 장점을 부풀리는 경우는 자기 보호를 위한 것이다.

때로는 남을 돕거나 좋은 결과를 위해 거짓말한다. 의사들이 절망적인 상태의 환자를 위로하며 달래는 경우가 그것이다. 남을 기분 좋게 만들거나 갈등을 해결하려고 거짓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을 보통은 ‘하얀 거짓말’이라고 한다. 단, 당장 해(害)가 없더라도 거짓말을 반복하면 양치기 소년의 일화처럼 나중에는 그 사람의 말을 통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공격성도 거짓말의 원인이다. 남을 속일 때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한 방 먹이는 쾌감을 느끼며 스릴을 맛보기도 하는데 이것은 공격성의 발현이다.

남을 지배하려는 권력욕도 거짓말을 낳는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는 힘이기도 한데, 남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얻으면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며 이 정보를 이용해 상대를 통제한다는 믿음이 생긴다. 보통 정부나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런 권력욕 때문에 별다른 죄책감 없이 대중 앞에서 거짓말한다. 한마디로 이런 고급 정보는 자기만 차지해야 한다고 믿으면서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비밀을 감추는 것이다.

거짓말의 폐해
찰스 포드라는 심리학자에 따르면 거짓말은 내적 믿음과 외적 믿음이 상충할 때 발생한다. 자신이 어떤 것을 믿으면서도 세상이나 타인에게 그것을 속이면 ‘거짓말’이며, 외부 세계에서 내부로 정보가 들어올 때 그것을 왜곡하는 것이 ‘자기기만’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자기기만을 한다. 두 경우 다 문제가 심각하다. 자기기만을 자꾸 하다 보면 현실의 진실을 외면하거나 과대망상에 빠질 수 있다. 예컨대 당장 파산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으면서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을 만나고 주변에도 피해를 준다. 또 상습적으로 기만하고 남을 속이는 사람은 반사회적 성격장애인이 되기 쉽다. 남의 고통을 외면하고 남을 이용하려고만 하는 사기꾼이나 사이코패스가 그런 사람이다.

누구나 거짓말을 경계하고 습관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지만, 특별히 공직자나 정치인처럼 공적인 역할을 하거나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거짓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성경은 “저가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요8:44)”라고 말하면서 거짓말이 마귀에게서 나온다고 경계한다. 누구나 쉽게 거짓말을 하는 심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 해야 한다.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6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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