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30년사] 목회를 위해서라면 가족도 초월해야
1989년

등록날짜 [ 2016-01-05 10:05:59 ]

어머니와 누이 때문에 성도와 목회자 사이가 오히려 점점 벌어져
성도들 처음에는 이해 못하다 곧 자신들을 위한 것임을 알고 순종



<사진설명> 당시 성도들과 함께.

교회가 부흥 성장함에 따라 담임목사의 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윤석전 목사는 개척한 후로 목회에 전념하여 밤낮으로 기도하다 보니 영분별력이 매우 강해졌다.

교회 일을 추진할 때나 성도 개인 일을 상담해 줄 때나 언제든지 하나님 말씀대로만 할 뿐 추호도 인본주의적인 생각이 틈타지 못하게 했다. 사모도 성도들을 위해 기도해 줄 때, 그 눈만 봐도 그 성도가 하루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직접 본 것처럼 죄를 지적해 줬다.

“왜 쓸데없는 것에 욕심냈어요?” “왜 필요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해서 하나님 마음을 아프게 했어요?”

낮에 만난 적도 없는 사모가 마치 자신의 생활을 눈으로 본 듯이 죄를 찾아 회개케 하여 하나님 말씀대로 살도록 영적 지도를 해 주었다. 성도들은 그런 목사와 사모를 더할 수 없이 존경하고 따르면서도 한편으로 몹시 어려워했다. 성도가 교회 일로 혹은 개인 일로 목사나 사모에게 상담하고 싶어도 어려워 대면해서 말하지 못하고 꼭 목사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통해 전했다. 윤석전 목사는 어머니나 여동생에게 그런 심부름을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

“어머니! 제가 그 성도를 직접 만나서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해야 심정을 제대로 알고 기도해 주죠. 앞으로 어머니와 아우가 성도와 제 사이에 끼면 절대로 안 돼요.”

아무리 간곡히 당부해도 다음에 또 성도의 부탁을 전했다. 윤석전 목사 어머니도 아들 목사와 성도 사이에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윤 목사, 생각해 봐. 성도들이 자기들은 목사님을 직접 대면하기 어려워서 목사 어머니라고 말을 전해 달라는데 어떻게 그 부탁을 안 들어줘? 그러지 않으면 성도가 시험 들잖아.”

목사의 가족이 한 교회에 있으니까 사모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생겼다. 사모가 교회 어르신들께 과일을 나눠 드리다가 개수가 모자라서 시어머니 몫을 못 주면 철없는 성도들이 “어떻게 자기 시모에게는 안 주느냐?”라고 말을 냈다.

반대로 시어머니에게는 주고 성도에게 주지 못하면 수군거렸다. “사모가 자기 시어머니만 알고 성도들은 모르네.”

윤석전 목사는 자신의 가족 때문에 성도를 목양하는 일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되겠기에 결단을 내려 강단에서 선포했다.

“이제 다음 주부터 어머니와 아우는 우리 교회에 못 옵니다. 그렇게 알고 내 가족은 아무도 이 교회에 발 들일 생각을 마시기 바랍니다.”

윤석전 목사의 어머니는 예수 믿는다고 남편에게 수십 년간 이루 말할 수 없이 핍박받으면서도 자녀를 믿음으로 키웠다. 노년에 아들이 주의 종이 되어 목회하니 그 설교 말씀에 은혜받고 싶고, 밤낮없이 눈물로 목회하는 아들을 위해 기도해 주고 싶었다. 그런 어머니를 교회에 못 오게 하는 윤 목사의 마음도 몹시 아팠다. 하지만 가족이 한 교회에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목회에 어려움을 가져와서 어쩔 수 없이 그런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날 윤석전 목사는 눈물을 흘려 가며 설교를 마쳤다. 윤석전 목사의 어머니도 설교를 마친 아들의 뒤를 따라 목회준비실로 들어가 펑펑 울면서 애원했다.

“윤 목사! 나, 윤 목사가 내 아들이라서 이 교회에 온 것 아니야. 윤 목사가 전하는 하나님 말씀 듣고 은혜받아 내 영혼이 살고 싶어서 왔어. 나를 어디로 가라고 그래? 한 번 더 기회를 줘서 내 남은 생애 성령 충만한 연세중앙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다 주님이 부르시면 하늘나라 가면 안 돼?”

“어머니, 우리 식구는 예전부터 핍박받아가며 하나님 말씀대로 살도록 신앙생활을 잘 배워서 어느 교회에 가도 주님 기쁘시게 신앙생활 하다 천국 갈 줄로 굳게 믿고 있어요. 이러는 제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어요. 그러나 그렇게 하는 편이 교회를 위하고 성도를 위하는 일입니다.”

그날 이후로 윤석전 목사의 가족은 누구 한 사람 교회에 발걸음을 하지 못했다. 목회자도 사람인데 왜 혈육의 정이 그립지 않겠는가. 하지만 혈육을 초월해야 하는 것이 목회의 길인데 어찌하겠는가. 주님께서도 모친과 동생들이 만나러 왔을 때 말씀하셨다. “누가 내 모친이며 내 동생들이냐?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마12:46~50). 목회는 주님이 피 흘려 사신 성도의 영혼을 돌보아 천국까지 인도하는, 어떤 일보다 귀한 사역이다. 목사의 가족 누구라도 주의 일에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


<사진설명> 윤석전 목사의 어머니 한봉희 권사.

그렇게 윤 목사의 어머니와 아우가 교회를 떠난 후로는 성도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목사와 사모를 직접 찾아왔다. 어디 따로 부탁할 데가 없으니까 직접 목사와 사모에게 면담하러 온 것이다. 그 후로는 목사와 성도 간에 담소를 나누고 궁금한 점은 물어 가며 논의했다. 목사와 성도가 가까워져서 오해할 여지가 없어졌다.

윤 목사가 어머니를 교회에 못 나오게 할 당시, 성도 몇몇이 심하게 반발하고 교회를 떠났다.

“목사님! 자기 어머니를 교회에서 나가라고 하시다니요? 윤리 도덕을 모르는 분처럼 어떻게 그리 불효하십니까?”

목사의 어머니가 눈물지으며 교회를 떠나는 모습을 봤기에 윤석전 목사를 불효자로 여긴 것이다. 만약 윤 목사가 불효하려 어머니와 동생을 교회에 못 나오게 했다면 연세중앙교회는 더는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께 불효한 목사의 교회가 어떻게 부흥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불효가 아니라 교회를 더 잘 돌아보고 성도들의 사정을 더 가까이에서 살펴서 주님 일이 더 잘되게 하려 자식의 효심도, 남매간의 우애도 초월해 오직 주의 종으로서 공심으로 한 일이었다.

그때 시험 들어 교회를 떠난 가정들도 한두 달 지나자 다시 돌아왔다. 밖에 나가 보니 성령 충만한 연세중앙교회가 그리워서 못 살겠다고 했다.

사실 윤석전 목사는 어머니와 아우가 교회를 떠난 후 몇 날 며칠 잠을 못 이뤘다. 이같이 혈육을 초월해야 하는 수많은 아픔을 견디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목양 사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성령이 주신 지혜와 지식과 분별의 능력 덕분이다. 목회자에게 성령께서 주신 지혜와 지식과 분별의 능력이 없으면 교회는 인간의 정에 매여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고 결국 무너지고 만다. 그러기에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때로는 뼈를 깎고 살을 에는 고통으로 혈육의 정을 초월하는 것이다.

윤석전 목사의 어머니는 이후에 윤석전 목사 형님네에서 신실하게 신앙생활 했는데 평소 새벽에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무릎 꿇어 기도하던 모습 그대로 2005년에 85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소천했다. 


 

위 글은 교회신문 <46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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