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용어 알파와 오메가·24] 끝까지(에이스 텔로스) 사랑하신 예수님

등록날짜 [ 2018-05-04 09:11:40 ]

마귀는 솔로몬이나 아인슈타인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똑똑하다.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창3:15)로 시작되는 수많은 예수 부활의 예언을 마귀가 눈치 못 챘을 리 없다. 마귀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신 줄 누구보다 잘 안다. 예수께서 자신이 고난받아 죽임당한 후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실 것을 그토록 많이 말씀하실 때, 제자들은 귓등으로 흘려들었어도 마귀는 새겨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마귀는 인간을 사용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였는가?

마귀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는 ‘자멸성(自滅性)’이다.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 주인 된 자의 ‘자멸성’은 필연(必然)이다. 마귀는 가장 먼저 하나님에게서 떨어진 자요, 스스로 분노를 통제하지 못해 자기 파괴가 본성(本性)이다. 마귀의 자멸성을 닮아 많은 사람이 파멸로 치닫는 폭주 기관차에 올라타 있다. 담배로 수백 가지 발암물질을 흡입해 폐의 기능을 망가뜨린다. 사람 죽이면 거의 평생 감옥에서 지내며 대가를 치러야 함을 알면서도 운전하다가, 이웃과 소음 때문에, 기분 나쁘다고 순간의 분노를 못 참고 살인을 저지른다.

분노 자체인 마귀는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늘에서 하나님을 대적할 때는 실패했지만, 육신으로 오신 하나님인 예수를 놓칠 수 없었다. 마지막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광야의 시험부터 온갖 수단을 다 부려 예수를 죄짓게 하려 했다. 제자 유다의 배신, “네가 하나님이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봐라” 왼쪽 십자가에 달린 강도의 조롱, 일말의 자비도 없는 십자가 형벌로 잔인한 고통을 가해 그가 하나님이실지라도 인내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죄’, ‘형제에게 노하는 죄’(마5:22)를 예수 자신도 짓게 하려 했다. 그러면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려다 못 견디고 오히려 예수도 죄인이 돼 그 죗값으로 죽는 처절한 실패를 안기려고 마귀는 예수에게 가장 잔인한 고통의 방법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주님은 끝까지 사랑하셨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요13:1). 영어 성경으로 ‘끝까지’는 “to the very end”, 곧 ‘최후의 바로 그(the very) 끝’을 말한다. 헬라어로는 εἰς τέλος(에이스 텔로스, to termination)이다. 예수께서 남달리 고통을 덜 느껴서 참으신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고난과 모욕의 무게를 전지하심으로 미리 아시기에 얼마나 힘드셨으면 잡히시던 밤에 기도하실 때 혈한증(血汗症, bloody sweat symptom)이 나타났을 정도다(눅22:44). 일시적 혈한증은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로 모세혈관이 터지는 출혈이 모세관벽(毛細管壁)을 통해 땀샘에 들어가는 현상이다. 그런 밤에 몇 번을 깨워도 쿨쿨 자는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시고, 못 박고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죄를 돌리지 않으셨다. 십자가의 마지막 말씀 “엘리 엘리 라마 사막다니”(마27:46, 막15:34)는 직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이지만 자신이 부활하실 줄 이미 아시는 주님의 의미는 “어찌하여 이렇게까지 저들을 사랑하시나이까”다. 칼을 든 베드로에게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 두 영 더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마26:53) 하셨는데 열두 영이란 δώδεκα λεγιῶνας(도데카 레기오나스, 12 legion, 곧 12군단)으로 당시 로마 군단처럼 많은 천사를 능력 없어 못 부린 것이 아니다. 주님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가만히 계셨고 그렇게 끝까지 인류를 사랑하셨다. 마귀의 계략은 실패했고 죄 없으신 주님은 우리 죄로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사망 권세를 깨뜨리셨다.


위 글은 교회신문 <57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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