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두 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우리 교회 고등부 3학년 송선우 학생은 뜻밖에도 여유가 있다. “코앞에 닥친 수능도 중요하지만, 예수님이 나를 구원하시려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어 주셨는데, 신앙생활을 잠시도 등한히 할 수 없죠”라면서 주일 우리 교회 믿음의 스케줄에 동참한다. 일반적인 수험생이라면 공부시간 확보와 신앙 열정 사이에서 갈등하겠지만 송선우 학생은 2년 전 하계성회 참가 이후 고등부가 기획한 ‘SAP(스터디&프레이, 공부와 기도)’ 멤버로서 정한 기도 시간과 공부 시간을 쭉 유지해 왔다. 학생들이 공부 시간과 기도 시간을 매일 점검해 보고 관리해 주는 시스템에 참여하다 보니 공부와 신앙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큰 무리 없이 수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기도 1시간’ ‘공부 4시간’ 이상

학생 스스로 정한 시간 점검하게 해

학생들 성령 충만해 신앙 ‘무럭무럭’

스스로 공부하게 해 성적도 ‘쑥쑥’

<사진설명> 공부도 신앙생활도 잘할래요. SAP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할렐루야를 외치며 기뻐하고 있다. 오정현 기자

7~8명 조를 짜 매일 공부·기도 시간 체크
우리 교회 고등부가 추진하는 SAP는 현재 고등학생 1~3학년 1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7~8명씩 조를 짜서 SNS 단체방을 만들고, 매일 공부 시간과 기도 시간을 올려 그날그날 공부와 신앙을 체크하도록 했다. 약간 과장해서 보고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학생들과 인터뷰한 결과, 보고를 진실하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에는 보여 주기 식으로 올리기도 했지만, 같이 공부하고 기도하는 조원들에게 자극받아 ‘공부해서 남 주나, 실제로 한번 해 보자’ 하는 각오가 생겼어요. 학생 대부분이 하나님께 보고서를 드리듯 정직하게 참여해요. 건성으로 기도하는 시간,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 다 빼고, 순수하게 기도하고 공부한 시간만 올리니까 자기반성이 돼 발전하더라고요.” (박미소-고2)

이처럼 1일 공부 시간과 기도 시간을 수치화해 확인하니까 왜 성적이 떨어지는지, 언제 신앙생활이 느슨해지는지 학생들 스스로 깨닫는다. 간혹 정한 시간을 지키지 못해 낙심하기도 하지만, 이때를 대비해 학생 조장을 뽑아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했다. 대개 상급생이 조장을 맡는데, 같은 학생 입장에서 공감하고 격려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언니 오빠들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해서 참 좋아요. 공부든 신앙이든 누구나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조장에게 ‘언니, 저 요즘 힘들어요’라고 편하게 말해요. 선배들이 응원의 편지도 써 주고 위로도 해 줘서 툴툴 털고 공부와 기도에 다시 힘을 냈어요.”(김시온-고2)
SAP 학생들은 매 주일 조별로 잠깐 모여 한 주를 돌아본다. 이때 고등부에서 간식을 마련해 주는데 한 주 동안 기도와 공부 시간을 합산해 가장 많은 조에 더 좋은 간식을 제공한다. “우리 조도 닭강정 한번 먹어 보자”라며 조원끼리 단합해 조별 점수가 깎이지 않도록 서로 독려해 준다. 학생들이 낸 회비로 간식을 마련하기에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공부하게 하기 위한 당근도 있는 셈.

조별 활동 덕분에 교사들도 섬기는 데 유리
SAP는 고등부 교사들이 학생들을 섬기는 데도 유익하다. 조별 활동을 벌이니까 학생 간에 유대가 돈독해지고, 고등부가 하나 돼 신앙생활에도 ‘으쌰으쌰’ 힘을 낸다. 주일 SAP 모임 때 선후배 간에 만나 친해지고 영적 교제도 나눈다.

“SAP 모임에서는 세속적인 대화는 거의 안 해요. 자기 신앙생활과 학업을 잘해 보려는 확실한 목적 아래 모이다 보니 한 주간 기도가 부족하다며 서로 중보기도도 해 주고, 선배들이 공부 방향도 세심하게 정해 줘요. 중등부에서 올라오거나 고등부에 처음 온 학생들이 교회에 정착하는 데 꽤 큰 역할을 합니다.”(조성곤 담당교사)

SAP의 또 다른 장점은 조장이 된 학생들은 리더십이 길러진다는 것. 상급생인 조장은 공부와 신앙생활을 잘하는 동시에 후배를 돌아보는 훈련을 학창 시절부터 받는 셈이다. SAP 발족 당시에 고등부 저녁기도 모임을 신설했는데 학생들이 매일 기도하자 주님께 고등부 회원들을 섬길 힘을 얻게 됐다.

“교회학교 선생님들께 섬김만 받았다면 신앙생활이 이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하계성회 때 받은 은혜 잊지 말자’며 후배에게 권면하고 중보기도도 하다 보니 어느새 제 신앙이 쑥 성장해 있는 거예요. 1년째 학생의 기도·공부 시간 스프레드시트(표 계산 프로그램)를 관리하고 있는데, 써 주셔서 감사해요.” (김재민-고3)

“고1 때 섬김받던 친구들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섬김이들로 성장해요. 그동안 언니 오빠들에게 사랑받은 게 있어서요.”(이효진-고2)

주님이 공부할 마음잡아 주셔 목표도 확실
공부 시간을 관리받다 보니, SAP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점점 높아진다. 공부를 전혀 안 하던 아이들도 책상머리에 앉아 있다 비전을 발견하고 어느 순간 공부에 열심을 낸다. 또 어떤 학생은 하위권을 맴돌다 상위권에 들기도 한다.

“3년째 SAP에 참여하고 있는데, 고등부에서 시간 관리를 받지 않았다면 교회나 학교에서 겉돌고 있었을 거예요. 막연하게 대학 가려고 억지로 공부하거나 교회만 오가는 정도에 그쳤을 텐데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예수님께 쓰임 받으려는 확실한 목표가 생기니 기도도, 공부도 탄력이 붙어 수험생활도 은혜가 넘친답니다.”(송선우-고3)

“기도를 병행하다 보니 주님께서 지혜를 주셨어요. 하루에 1~2시간 공부도 힘들 만큼 집중력이 떨어졌는데, 요즘은 매일 9~10시간 공부하고 있어요. 주님이 공부할 마음을 잡아 주시고 목표도 확실하니까요. 성적도 자연스레….(웃음)”(진이레-고1)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면 아무래도 전도에 좋겠죠. 또 영향력 있는 인물이 돼도 전도하지 않으면 안 되니, 기도를 병행하는 SAP, 참 좋습니다.”(김시온-고2) 세상에서는 청소년 범죄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지만, 우리 교회에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려 노력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든든하다. 이 모든 일은 주님이 하셨다.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오정현 기자

<사진설명> 연세중앙교회 비전교육센터 내 독서실에서 중고등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왼쪽). 교육관인 비전교육센터 전경.

위 글은 교회신문 <64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