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이름으로] 내 힘으로는 할 수 없지만

등록날짜 [ 2011-03-30 17:41:48 ]

고민 많고 고집불통인 까칠한 학생들 보면
때론 지치고 힘들지만 언젠가 돌아올 그날 기대

우리 교회 고등부는 토요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한 시간 동안 야고보성전에서 기도를 한다. 그날도 기도하고 나오는데 내가 담임 맡은 고3 여학생 한 명이 성전을 향해 오고 있었다. 녀석은 모태신앙이기는 하나 성격이 좀 까칠한 편이라 늘 불안하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고, 남들과 친해지길 꺼리고, 그러면서 남들이 자기와 친해지지 않는다고 투덜대고, 자기만의 시선과 잣대로 친구들의 성격과 옷차림, 행동들을 나름대로 재는 그런 녀석.

무슨 일이 있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름 남보다 생각이 깊다고 생각하는 녀석이 그날따라 시큰둥한 표정으로 내 앞으로 오고 있었다. 녀석이 코앞까지 다가오더니 눈물을 글썽거리다가는 와락 나를 껴안는다. 그리고는 운다. 그것도 실내가 울릴 정도로 큰소리로…. 지나가는 성도들도 많은데, 다 큰 여학생이 두 팔로 내 허리를 껴안고는 성전이 떠나가듯 ‘엉엉~’ 하고  우는 것이다.

교사로서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 고민이 생겼다. 아내는 평소 나에게 그럴 때는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된다고, 들어주기만 해도 여자에게는 위로가 된다고 얘기해 줬지만, 난 무언가 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좀 안정이 되자 내가 물었다.

“왜? 무슨 일이 있었어?”
그러자 녀석의 대답은 이랬다.
“선생님,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흑흑흑.”

마음속으로는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지만 한 5분 동안 생각나는 대로 주저리주저리 아는 지식을 읊어댔다. 최선을 다해서 말해줬다. 그랬더니 녀석이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위로가 안 돼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안 들어와요.”

지나치게 솔직한 것도 사실 좀 그렇다. 녀석은 울 만큼 울었는지 괜찮다고 하면서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고등학생을 다루는 것은 참 힘들다. 그리고 고3은 더 힘들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지만 대개 고민도 많고 자신의 고민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인 양 온갖 인상을 다 쓰고 다닌다. 상담도 하고 충고도 해주지만 제대로 듣는 아이가 몇이나 되는지 알 수 없다.

녀석은 현재 대학생이 돼서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고등부를 졸업하고 몇 달 만에 영등포에서 만났는데 얼굴도 더 예뻐지고 피부도 고와졌다. 무엇보다도 얼굴빛이 환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생이 됐어도 여전히 신앙은 불안하다. 그러고는 남자 친구 얘기만 잔뜩 늘어놓는다.

‘아~언제나 철이 들려나.’
그래도 끝까지 그 녀석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언젠가 주님 앞에서 ‘엉엉’ 울며 돌아올 그날까지.

위 글은 교회신문 <23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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