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전쟁과 그 반성의 기록
『징비록』를 읽고

등록날짜 [ 2014-05-28 09:25:03 ]


류성룡 著, 김흥식 역 / 서해문집

『징비록』은 1592년 임진년에서 1598년 무술년 사이에 발생한 일들 기록이며, 장계(국왕이나 감사의 명령으로 지방에 파견된 관원이 국왕에게 보고하는 글), 소차(상소문과 차자), 문이(공문, 문서) 같은 전쟁에 중요한 문서들을 가까운 위치에서 살피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류성룡이 정계 은퇴 후 초야에 지내면서 지은 기록이다.

임진왜란 직전에 전쟁의 기운이 감지되어 전쟁에 대비하자는 세력과 이를 무시하는 세력이 조정에서 격돌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당시 조선은 오랫동안 전쟁 없이 편안하게 살던 터라, 온 나라가 안일에 젖어 백성 역시 전쟁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1592년 4월 13일, 바다를 넘어온 왜군의 공격에 부산포를 비롯한 여러 성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으며, 전쟁 발발 후 4일이 지나서야 패전을 알리는 급보가 전해지자 조정은 그야말로 혼란에 빠져든다. 급기야 선조는 한양을 버리고 피난을 떠나고 당시 좌의정이던 류성룡도 임금의 수레를 호위하며 피난길에 나선다.

그 후 왜적은 삽시간에 평양성 부근까지 육박했다. 개전 초기 관군의 잇따른 패배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던 선조와 조정의 대신들에게 명나라의 원병이 도착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남해에서 거둔 이순신의 승전과 각지의 의병 봉기 소식이 전해졌다. 정주와 선천을 거쳐 국경에 인접한 마지막 피난처인 의주까지 내몰린 임금과 조정 대신들은 잠시나마 안도를 느꼈다.

이후 1598년 7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사망함에 따라 왜적은 본국으로 귀환을 서둘렀다. 자국으로 귀환하려는 왜군의 대규모 함대를 맞아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 함대가 벌인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은 승리를 거두고 전사한다. 이 싸움을 기점으로 왜군 전체가 일본으로 철수하면서 전쟁은 끝이 난다.

서애 류성룡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수필처럼 개인적인 입장에서 서술하는 방식이 마치 전쟁 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하여서 큰 감동을 받았다. 임금 선조가 평양성을 버리고 피난하려 할 때 류성룡이 분노한 백성을 타이르는 장면, 명나라 군사에게 줄 군량미를 확보하려고 뛰어다니는 장면은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 것을 표현한 대목이어서 생동감이 더했다.

전쟁 당시 좌의정이라는 그의 위치로 많은 중요 자료를 접했을 뿐 아니라 여러 사건을 직접 체험하여 글로 녹여 생생하게 서술했다. 임진왜란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이니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글 정준용

위 글은 교회신문 <38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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