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무릎
무릎으로 시작하여 무릎으로 끝나는 인내의 삶이 목회다

등록날짜 [ 2009-08-25 18:59:40 ]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야고보 사도는 ‘낙타무릎’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다. 낙타의 무릎은 양쪽 무릎에 푹신한 혹 같은 것이 붙어 있는데 그것은 낙타가 자주 무릎을 꿇기 때문이라고 한다.
낙타는 하루를 보내고 일을 끝마칠 시간이 되면 휴식을 위해 무릎을 꿇고 아침이 되면 다시 주인이 얹어주는 짐을 싣기 위하여 무릎을 꿇는다. 낙타는 터벅터벅 서서히 걸으며, 때론 오아시스를 바라는 눈빛으로 모래사막에 무릎을 꺾은 채 쓰러져 있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든지 무릎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앞을 향해 내딛을 수 있는, 그래서 느리고 절룩거리는 듯해도 실제로는 모래사막에서 어느 누구보다 오래 걸어 갈 수 있는 것이 바로 낙타다.
낙타의 무릎은 우리에게 기도의 삶을, 낙타의 삶은 우리에게 사막 같은 인생에서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명의 삶을 가르쳐 준다. 낙타의 무릎이 연약해 보이지만 강인한 것처럼 기도하는 무릎을 가진 자가 가장 강한 자이다. 가장 쉬운 것 같으나 가장 어려운 것이 기도이고, 수동적인 것 같으나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 바로 기도이다.
목회는 무릎으로 시작하여 무릎으로 끝나는 겸손의 삶이요, 인내의 삶이다. 기도할 때 하나님의 심정이 내 심령 속에 강렬하게 부딪치고, 기도할 때 내 속에서 꿈틀거리는 내가 산산이 부서진다. 기도할 때 성도들을 품을 수 있고, 기도할 때 하나님의 능력이 제한 없이 나타난다. 앉으나 서나 기도하고, 부르짖어 기도하고, 밤을 새우며 기도하려고 몸부림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목회자의 삶이다.
나는 무릎으로 사는 목회자이고 싶다. 낙타처럼 순종하며 주님이 내게 주신 사명의 짐을 기꺼이 짊어지고 힘들고 지칠 때면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요, 그때마다 그 힘으로 다시 일어나 또 힘차게 걸어가리라.
나의 걷는 이 발걸음이 십자가의 무게에 짓눌린 주님의 발걸음보다 더하랴. 오늘도 나는 내 무릎을 쓰다듬어 본다. 여전히 야고보 사도처럼 울퉁불퉁한 낙타 무릎은 아니다. 내 육신을 거울에 비추어 본다. 언제쯤 내 육신이 온통 예수의 흔적으로 가득 찰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주님이 지신 고난과 고통의 분량을 내 등에 짊어지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리라.

위 글은 교회신문 <16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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