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등록날짜 [ 2019-07-30 12:04:33 ]

6살 유튜버가 번 돈으로 95억 빌딩 사자
“열심히 공부했는데…유튜버 보며 회의감”
최근 명문대생이 올린 하소연 글 화제
돈 잘 버는 것을 성공의 척도로 생각 말고
내 삶 가꾸면서 행복 누리는 지혜가 중요


최근 한 여섯 살 여자아이의 가족이 유튜브로 돈을 벌어 강남에 시가 95억 원 건물을 산 것이 큰 화제가 됐다. 보도를 보니 이 가족은 아이의 일상, 요리, 장난감 등에 관한 콘텐츠로 구독자 3000만 명 이상을 끌어들이면서 월 매출 수십억 원을 올린다고 한다. 이 가족처럼 유튜브로 큰돈을 벌면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반인 출신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새로운 스타로 뜨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순위가 유튜브를 제작하는 유튜버로 나왔고, 1인 미디어 시장 매출 규모도 이미 2조 원을 넘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취미가 아니라 전업으로 유튜브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지만 엄청난 시간과 돈만 날린 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실제로 한 통계를 보면 유튜브 수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전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얼마 못 가 문을 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유튜브의 실질적 운영주인 구글은 채널 구독자 수가 1000명을 넘고, 연간 동영상 시청 시간도 4000시간 이상 되어야 파트너로 인정해 광고와 협찬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런 기준을 충족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으며 실제 의미 있는 수익을 내려면 훨씬 많은 충성 구독자를 확보해야 한다.


몇 년 전 IT사업에 종사하던 젊은 사업가와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향후 유튜브가 첨단 플랫폼으로 뜰 것이라며 필자에게도 전문성을 살려 유튜브를 제작해 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실제 개인이 유튜브를 운영하려면 동영상 장비와 고도의 편집기술이 필요할 뿐 아니라 대중의 수요와 관심에 맞춰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야 한다. 그러려면 보통 이상의 에너지와 재능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돈 때문에 유튜브에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그런데 유튜버 성공 스토리만이 아니라 최근 이런 성공 사례를 보면서 한 명문대학생이 자기 인생에 회의감이 든다는 글을 올려 또 다른 관심을 끌었다. 인터넷에 회자되는 대학생 글을 보면 본인은 열심히 공부해 꿈꾸었던 대학에 입학했고, 좋은 학점, 원만한 교우 관계, 대외 활동 등 어느 부분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뉴스에 보도되는 인플루언서들의 성공담을 목격하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수입이 그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을 생각하면 의욕이 떨어진다고 털어놓았다.


이 대학생의 솔직한 이야기는 요즘 젊은이들의 욕망이 무엇이며, 왜 그렇게 우리 사회가 불공정한 사회라고 불만을 많이 갖는지 심리를 이해하게 해 준다. 사실 소수 인플루언서가 성공한 것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그들 나름의 독창성이 있기 때문인데 이를 무조건 질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청년에게서 자신의 삶보다는 성공한 타인의 처지를 부러워하고, 돈 잘 버는 것을 성공의 척도처럼 생각하는 한국인 대다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돈과 물질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조건임이 틀림없지만 그 자체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최근 국내의 한 외국인 교수가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와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 통계를 토대로 한국인의 삶을 분석한 후 한국인은 부유하지만 행복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행복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삶에 대한 만족과 타인과의 관계나 신뢰를 보장해 주는 사회적 환경이다. 물질적 부(富)는 어느 선(線)에 도달하면 더는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남의 떡을 부러워할 게 아니라 내 삶을 잘 가꾸면서 행복을 누리는 지혜가 중요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635호> 기사입니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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