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181)] 순교로 예수 복음 증거한 서머나 교회 지도자 폴리갑과 기념교회
터키 편 (19)

등록날짜 [ 2020-03-02 16:10:56 ]

로마 황제 숭배를 거부해 화형대에 섰지만
‘예수 저주하면 살려 주겠다’ 회유 끝내 거부
살아있을 때는 예수 부인하는 이단과 싸우고
순교로 ‘주님과 관계 목숨보다 귀하다’ 표현



<사진설명> 폴리갑 기념교회 안 성화: 폴리갑의 순교 모습이다. 교회 내 벽에는 성경 이야기와 폴리갑 생애와 관련한 성화들을 그려 놓았다. 19세기에 교회를 수리하며 그린 것이다.



<사진설명> 서머나 교회 부근 지도.



<사진설명> 폴리갑 기념교회 앞에서 ‘성서의 땅을 가다’ 촬영 중인 윤석전 목사와 장동수 침신대 교수


윤석전 목사: 폴리갑(Polycarp, A.D.69~155)은 서머나 교회의 4대 감독입니다. 폴리갑은 사도 요한의 제자이기도 했습니다. 서머나 지역에서 기독교 박해를 당할 때, 폴리갑도 체포됐습니다. 당시 서머나의 로마 총독이 폴리갑을 살리기 위해 “예수를 저주하라”고 했지만, 폴리갑은 끝내 예수를 저주하지 않았습니다. 폴리갑은 마침내 순교하는 순간까지도 예수 복음을 증거했다고 합니다. 그 후 A.D. 313년 밀라노 칙령이 반포됨으로써 기독교 박해가 종결될 때까지 폴리갑의 순교는 많은 기독교인에게 주를 부인하지 않고 순교 행렬을 이어 가게 하는 아름다운 역사가 되었습니다. 그 위대한 순교자 폴리갑을 기념하는 교회로 가 보겠습니다.


터키 3대 항구도시인 이즈미르(고대명 서머나)는 천혜(天惠)의 요충지에 자리해 터키 모든 물류 출입을 담당하는 상업 항구로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번영을 누리고 있다. A.D. 2세기 로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121~180)가 세운 대형 아고라(Agora) 광장 유적의 파편들은 당시 이곳이 얼마나 번화한 물류 중심지였는지를 대변한다. 이처럼 상업이 발달한 항구도시에 유일하게 남은 초대교회의 흔적이 바로 폴리갑 기념교회다. 서머나 교회의 4대 감독이자 황제 숭배를 거부하고 예수를 향한 믿음을 굳게 지키다가 순교한 폴리갑을 기념해 세운 교회다. 내부는 감동적인 성화(聖畫)로 가득하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폴리갑의 순교 순간을 담은 성화다.


윤석전 목사: 폴리갑을 생각하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폴리갑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소개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폴리갑은 교회사(敎會史)를 잘 모르는 분들도 익숙합니다. 목사님들이 설교 때 워낙 예화로 많이 들어서입니다. 폴리갑은 사도 요한의 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머나 교회 4대 감독으로 충성하다가 155년에 화형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행히 순교 기록이 문헌에 남아 있어 모든 성도에게 귀감이 됩니다. 『이단 반박(Adversus haereses)』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교부(敎父) 신학자 이레나이우스(Irenaeus, A.D.130~200)는 폴리갑을 극찬했습니다. “첫째, 살아 있을 때 이단과 싸웠고, 둘째, 예수 정신을 갖고 당당히 순교했다”고 말했습니다. 폴리갑의 신앙은 서머나 교회와 함께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줍니다.


윤석전 목사: 사실 많은 사람이 ‘서머나 교회’를 알지만, 서머나 교회와 폴리갑을 연결해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서머나에 현재 남아 있는 교회가 폴리갑 기념교회인 줄을 잘 모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 호를 보면서 이해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폴리갑이 최후에 순교한 장소는 어디인가요?


홍순화 교수: 로마 시대에 순교한 많은 분처럼 폴리갑도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화형을 당했다고 합니다. 전승에 따르면, 유대인이 안식일인데도 폴리갑을 화형하는 데 앞장서서 불태울 나뭇가지를 주워 왔다고 합니다. 폴리갑이 순교한 곳은 스타디움(원형경기장)이라고 봅니다. 그 자리는 지금 파구스산(Mt.Pagus) 기슭 어느 지점일 것입니다. 서머나 교회가 있었던 현대 도시 이즈미르는 인구 400만 명이 넘고 급격히 도시화해 교회 유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A.D. 2세기 아고라 터 외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윤석전 목사: 사실 서머나에 가 보면 도시로 변해 초대교회 유적지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폴리갑 기념교회만 덜렁 남은 모습을 보면서 많은 점을 느꼈습니다. 다시 한번 서머나 교회로 가 보겠습니다.


폴리갑 기념교회 내부를 가득 메운 성화(聖畫) 가운데 한 작품은 폴리갑의 고난과 예수님을 향한 그의 뜨거운 사랑과 순종을 알 수 있는 감동스러운 사연을 담고 있다. 당시 80세가 넘은 고령의 폴리갑은 로마 병사에게 체포되어 원형경기장 한복판 화형대에 섰다. 발치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의 위협 속에서 서머나 총독은 폴리갑에게 말했다. “예수를 부인하면 살 수 있다.” 총독의 설득, 타오르는 불, 칼을 든 병정 앞에서 폴리갑의 대답은 단호했다. “나의 구원주를 결코 저주할 수 없다.” 그 감동스러운 죽음의 역사가 담긴 이 교회가 있기에 서머나는 아름다운 성지(聖地)가 되었다.


윤석전 목사: 서머나 교회는 도시 복판에 있는 조그만 교회지만, 폴리갑이 4대 감독으로 있으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다가 핍박 가운데 순교했기에 중요하고, 그 복음이 오늘날 전 세계에 계속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폴리갑이 순교를 목전에 두었을 때, 그의 나이 86세였습니다. 노인 폴리갑을 구하고자 “예수를 모른다고 시인하라”고 총독이 설득했지만 폴리갑이 답한 유명한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 답변이 무엇이며,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요?


박영철 교수: 폴리갑을 만나 본 로마 총독은 ‘이분은 도저히 죽일 분이 아니니 살려야겠다’라고 생각해 여러 차례 회유한 것 같습니다. 맹수를 가지고 협박도 했습니다. “예수를 부인하지 않으면 저 맹수의 밥이 되게 하겠다.” 폴리갑은 “어서 맹수를 풀어라”고 말했습니다. “‘로마 황제가 나의 주인’이라고 한 번만 시인하면 너를 죽이지 않고 풀어 주겠다” 할 때 폴리갑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주는 말을 했습니다. “나는 지난 86년간 예수님을 섬기고 믿어 왔는데 주님께서는 한 번도 나를 해하거나 어렵게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내가 어찌 나의 위대한 임금을 배반할 수 있겠는가?” 평생 자신과 함께하신 주님을 분명하게 증언한 것입니다. 그런 자세는 그 후로도 계속된 로마 황제들의 핍박 속에서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믿음을 굳게 지켜 순교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윤석전 목사: 하나님은 무소부재하시고 졸지도 주무시지도 아니하시고 우리를 눈동자같이 지킨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는 생활 속에서 주님을 잊는 시간이 많고 자신도 모르게 주님을 섭섭하게 할 때가 잦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폴리갑의 삶은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 전해 주는 메시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폴리갑이 삶 속에서 보여준 주님에 대한 정신과 믿음, 주님을 사랑한 표현을 소개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폴리갑이 살아 있을 때와 순교할 때입니다. 먼저 살아 있을 때는 이단과 싸웠다고 합니다. 이단(異端)은 예수님이 참구주이심을 부인하는 자들인데 폴리갑은 예수님이 구세주 이심을 부인하는 이단들과 싸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주의 몸 된 교회를 어려운 때 끝까지 지키면서 ‘주님과 관계가 목숨보다 귀하다’는 것을 순교를 통해 보여준 것입니다.


윤석전 목사: 소아시아 7대 교회에 보낸 편지를 살펴보면, ‘일곱 교회의 사자(使者)’(계1:20)라는 말이 나오는데 오늘날의 목사를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 말씀 속에 칭찬받은 목사와 책망받은 목사가 분명히 있다고 할 때, 이 시대 목회자들이 어떤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박영철 교수: ‘일곱 교회의 사자’는 목회자를 뜻하는 말씀이 맞습니다. 에베소서 2장 20절은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이 돌이 되셨느니라”고 말씀합니다. 즉 교회의 기초가 목회자라면, 어떤 교회가 되느냐는 목회자가 어떻게 준비됐고,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요한계시록 7대 교회 사자들에게 하는 말씀은 현대 목회자들에게 매우 도전적이며 우리의 위치와 역할을 심각하게 상고하게 하는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윤석전 목사: 오늘날 목회자들이 교회의 기초로서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지 다시 한번 경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예수께서 빌라도 법정에 섰을 때 빌라도가 예수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 인자와 사랑스러움과 준엄과 절대 거룩함에 압도됐다고 합니다. 폴리갑이 서머나 총독 앞에 섰을 때도 얼마나 그를 압도했던지 죽일 생각이 없어졌고 오히려 회유해 살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왜 죽어야 했을까요. 예수의 복음을 전했다는 이유 한 가지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예수님도 십자가를 졌고, 폴리갑도 순교했습니다. 주님을 사랑하고 복음을 사랑한 폴리갑은 순교할 때 그를 말뚝에 묶어 놓고 화형하려 했지만 “나는 말뚝에 묶이지 않겠다. 내가 서서 화형을 당하겠다.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라고 해서 폴리갑은 말 그대로 줄에 묶인 채 태워졌습니다. 그러나 불꽃도 그를 사르지 못해 최후에는 창에 찔려 죽었다는 전승이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함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을 압도할 수 있는 영적인 힘과 능력이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까지 초대 일곱 교회에 준 모든 교훈을 되짚어 보면서 여러분 모두 칭찬받는 교회, 칭찬받는 목회자, 칭찬받는 성도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터키 편 (19)

위 글은 교회신문 <66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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