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용어 알파와 오메가·96] 그의 ‘기름 부음’이 모든 것을 가르치며 χρίω(크리오)

등록날짜 [ 2021-11-03 12:46:03 ]

유대인들은 ‘선택받은 특별한 민족’이라는 선민의식이 매우 강해 타민족을 배타했고 같은 뿌리인 사마리아인과 대화하는 것조차 금기였다. 초대교회의 베드로가 안디옥에서 이방인 성도와 식사하던 중 유대인들이 도착하자 자리를 피한 모습에서도 배타성의 깊은 뿌리를 엿본다. 이에 사도 바울은 베드로를 강력히 면책한다(갈2:11~21).


그런 유대인들에게 바사의 대왕 ‘고레스(키로스)’에 대한 예언은 충격적이다. “나 여호와는 나의 기름 받은 고레스의 오른손을 잡고 열국으로 그 앞에 항복하게 하며”(사45:1)라고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하시고 자세히 소개하는 장면은 납득하기 어려웠으리라. 고레스는 오늘날 이란 고원에 기초한 페르시아 대왕인데 노동력이 근간이던 당시, 노예 유대민족을 고국으로 돌려보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이는 고레스가 ‘나의 기름받은 고레스’이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크세노폰’의 기록에도 고레스는 1일1식을 했고 금주했으며 부하들에게 먼저 전리품을 가지도록 한, 세계의 정점이었으나 절제된 생활을 평생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름 부음’은 곧 ‘임명’이다. 구약성경에서 선지자, 제사장, 왕을 임명할 때 반드시 기름을 부었기에 ‘기름 붓다’는 ‘임명하다’의 의미 그 자체가 되었다. 현대어 영어성경들도 ‘기름 붓다’를 ‘commission(임관시키다, 위임하다)’로 번역한 버전이 많다.


주목할 것은 ‘하나님의 기름 부음’ 임명은 ‘성령을 주심’과 동의어라는 것이다. 두 단어를 연속해 한 단어를 완성하는 히브리어식 중의법 형태다. 히브리어의 ‘친절과 공의’ 두 단어를 연속 사용해 ‘은혜’ 한 단어를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주 여호와의 신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사61:1)라는 표현도 하나님의 기름 부음은 성령이 임하고 사역을 명하심의 두 표현으로 한 단어를 만드는 히브리어 중의법이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기름 부음은 왕, 제사장만의 몫이 아닌 ‘왕 같은 제사장’(벧전2:9)인 우리 모두에게 해당한다. “우리에게 기름을 부으신 이는 하나님이시니 저가 또한 우리에게 인치시고 보증으로 성령을 우리 마음에 주셨느니라”(고후1:21~22)라는 말씀의 ‘기름 붓다(χρίω, 크리오)’를 헬라어 성경사전에 ▲기름 붓다 ▲예수를 메시아로 시인하고 그의 공급하는 능력으로 그에게 충성케 하다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바울은 이런 중의법을 좀 더 친절하게 “성령을 주셨다”며 다시 한번 반복했다.


요한1서는 ‘기름 부음’과 ‘성령’을 동일시하여 “너희는 거룩하신 자에게서 기름 부음을 받고 모든 것을 아느니라”(요일2:20), “너희는 주께 받은바 기름 부음이 너희 안에 거하나니 아무도 너희를 가르칠 필요가 없고 그의 기름 부음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가르치며…”(요일2:27)에서 χρίω(크리오)의 명사형인 χρῖσμα(크리스마)라는 표현만 쓴다. 하나님의 χρῖσμα(크리스마, 기름 부음)와 성령을 동일시하고 있다.


하나님은 바사 사람에게도 기름을 부어 대역사를 이루시는 분이다. 교회는 신분, 배경, 출생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성령이 임한 사람들이 움직일 때만 교회일 수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2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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